울지 마라 아가야

곤두박는 하늘이 까매지는

어지럼증 도져온다

뱅뱅 물꼬잡고 돌아가는 너를 보면

산중턱 따라오는 날개가 샛노랗던

나비와 닮았구나

산문에서 시작되는 이끼 낀 돌계단에

너를 가만 데려 놓지 못하고

언제라도 볼 수 있는 뿌리나온 나무 그늘에

앉혀 놓지 못했구나

외롭던 아가야 고운 나리야

하늘 닿은 곳까지 안고 오지 못하니

울지 말고 돌아서 가렴

감고 오는 덩굴에 발목이 얇아지고

도드라진 등뼈에 햇살이 따가우니

녹음이 아직 남아 산 빛마저 주저앉는 거기서

노을 비친 꽃잎을 숨 막히게 열어주렴

그리움 영그느라 앙다문 봉오리 속

그 마음 까만 꽃씨로 고인 줄 알고 있으니

아가야 울음을 그치렴

꺾은 목에 걸린 불편했던 말들

산허리 오던 중에 비로 뿌려 버렸으니

당당히 피었다가 돌연 지고도

울지 않는 아가야,

산이 품어 피우는 하늘말나리

정소란(시인)

정 소 란
한산도에서 출생하여
월간 조선문학으로 등단,
현재 죽림에서 꽃집을 하며
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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