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고 하얗던 중간의 꽃색도

장맛비 속 거미줄같은 잎살도

여리고 성기다

눈꼬리에 고인 바람을 흘려보내다가

그만 놓쳐버린 등가법칙에

배열이 일정한 꽃은 소스라치게 떤다

포용이 약한 꽃은

어눌하게 스친 바람조차 잡지 못하지만

곁눈에도 또렷한 사의화寫意花

알아차린 맵시가 완곡하다

잊고만 싶은 신파의 유행어에

누가 흐느끼고 갔을까

울음은 높은데서 흘러나와서

대궁은 모질어져야 한다

질긴 뿌리는 밟아주어야 한다

벌인 꽃부리 노랗게 여물어 가고

서럽고 아팠던 시간을 보여주는

새소리 잦아드는 초저녁 뒷마당

온유한 석별에 꽃잎은 연연하다

정소란(시인)

정 소 란
한산도에서 출생하여
월간 조선문학으로 등단,
현재 죽림에서 꽃집을 하며
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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