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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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신문
  • 승인 202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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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1989년 창원에서 몇몇 지인들이 모여서 등산모임을 만들었다. 우리 부부는 그때부터 매월 등산을 하게 되었다. 중소기업 경영자, 기업의 중견 간부, 대학 교수로 첫발을 디딘 사람들 그리고 국책연구 기관의 연구원 등이 모여서 한국의 기계 산업의 발전을 위하고 친목을 도모한다는 거창한 목표도 정하였다. 그때 나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는데, 큰아이가 8살, 둘째가 6살 그리고 막내가 4살이었다. 큰아이만 데리고 갈 때도 있었고, 막내만 남기고 둘을 데리고 등산을 할 때도 있었으나, 막내가 6살이 되던 해부터는 모두가 등산에 참여하게 되었다. 등산로 초입에서 막내는 어리광을 부리고 힘들어 하지만 이미 부모들이 앞서가니 어쩔 수 없이 따라 오기도 하였다. 중턱에 다다르면 나는 다리와 허리가 아프고 온몸이 땀에 젖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곳에서도 장난을 치거나 숨바꼭질을 하면서 깔깔대기도 하였다. 다른 집 아이들과도 금방 친하게 되고, 우리들은 휴식을 겸하여 그 전경을 즐기게 된다. 산 정상에 아이들이 먼저 도착하고는 헉헉거리며 오르는 부모들을 마중하러 내려오기도 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다.

산 정상에서는 체조, 스트레칭 그리고 무사한 산행에 대한 감사의 묵념도 진행하였다. 아이들도 부모들이 하는 행사에 열중하여 주었다. 아이들이 선두를 지나 앞서가서 전체 등산 대오를 챙기는 데 문제가 생기기도 하였다. 산행을 마치고 귀가 길에는 일행 대부분은 기력이 방전되어 선잠을 잘 때에도 아이들의 장난은 끝날 줄 몰랐다. 아이들이 사회인이 된 요즘에도 만나면 같이 등산에 나서기도 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되고, 장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으며 특별한 경쟁도 없다.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정상에 도달한다. 우리가 주로 가는 산은 남부지방의 산으로써 해발 1,000M 정도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남부지방의 산은 거의 가 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은 등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너무 높지도 않고, 악산(惡山)도 많지 않다. 그리고 사계절을 지나면서 자연이 주는 변화와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다. 도시락, 물 그리고 오이 몇 개를 배낭에 넣고 출발하는 가벼운 등산에서 가족 사랑과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세상살이 이야기도 나누고 하산하는 길에서 약수 한 모금으로 세상사 어려움도 날려 버린다. 그리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활력을 찾기도 한다. 힘들고 고통이 따르는 삶이 우리들 곁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쉬엄쉬엄 걷다 보면 정상에 도달하듯 우리들의 삶도 쉬지 않고 자신을 가꾸고 현실에 최선을 다하면 조금은 늦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6월의 우리나라 산천은 모두 신록이다. 그 산이 주는 푸른 기운을 마음껏 가슴에 넣어 보길 권한다.

쉬엄쉬엄 그러나 쉬지 않고 걷는 자에게 어느덧 정상이 나타난다. 꾸준하게 도전하는 자에게 성공의 신은 반드시 다가온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