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야팔천곡 고무덤군과 전원균묘

김미옥 통영시의회 의원과 김용재 통영길문화연대 대표가 전원균묘를 둘러보고 있다.
2004년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와
통영시에서 제작한 '문화유적분포지도'에
표기된 황리 팔천곡고분군과 전원균묘.

고대 남부지방의 주인이었던 대제국 가야의 역사를 복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탔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지난달 20일 가야사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서기 42년 시작해 대가야 멸망까지 520년 동안 이어진 가야는 철기문화가 번성했고 해상무역이 발전한 나라다. 왕국의 숫자가 6개에서 최대 22개까지 이르며, 존재 시기도 600년~400년에 이르지만 삼국 위주의 고대사 연구에서 소외되고 잊혀졌다.

김경수 도지사는 “가야사 복원을 통해 우리 고대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가야를 토대로 영호남이 함께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고대 왕국의 부활을 기대했다.

가야 유적지는 경남과 경북, 전남과 전북 등 6개 시도, 30개 시군에 2,500여 곳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에 따라 행정구역이 나뉘어 있다가 합쳐지기도 했던 고성군은 과거 소가야의 중심지였다. 소가야 지배계층의 무덤인 송학동고분군에는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중반에 걸쳐 조성된 총 7기의 봉분이 존재한다.

통영에도 가야 유적지가 있다. 안정 황리에 있는 팔천곡 고분군이 그곳이다. 통영과 고성의 경계선을 따라 펼쳐진 팔천곡에는 8기의 고무덤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영시는 지난 5월 9일부터 한 달간 이 팔천곡 고분군에 대한 정밀지표조사 용역을 진행했는데, 용역을 맡은 (재)동아시아문화재연구원은 이 무덤군이 가야시대의 것이며, 인근에 가야 유적이 더 매설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통영시는 올해 초 확보한 8천만 원의 예산으로 팔천곡에 대한 시굴조사에 들어갔다. 범위에 비해 예산이 적지만, 일단 10월 완료를 목표로 가치를 확인하는 차원의 조사부터 한다는 계획이다.

 

소가야의 중심지였던 고성과 경계를 대고 있는 팔천곡에 통영 유일의 가야 유적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돼 통영시는 최근 팔천곡에 대한 시굴조사에 착수했다.

그런가 하면 가야 고무덤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전원균묘(傳元均墓)가 있다.

 

통영 팔천곡고분군 북쪽구간 전경(남-북)

그런가 하면 가야 고무덤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전원균묘(傳元均墓)가 있다. 실제 원균 묘가 아니라 원균 묘라고 ‘전해 내려오는’ 무덤이라는 뜻이다.

광도면 황리 산435번지에 있는 이 무덤에는 1597년 칠천량 해전에서 패한 원균 장균의 시신이 묻혀 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일반 무덤과 달리 평토장되어 있는 이 전원균묘는 인근 주민들이 ‘엉규이(원균의 통영 사투리로 추정) 무덤’이라고 불러왔다. 칠천량해전에서 패해 전사한 원균이 당시 주민들에 의해 매장됐는지 정확한 사실을 알 수는 없으나, 당시 현지를 직접 방문한 선전관 김식의 보고서에 나오는 원균의 최후가 기록된 지형과 흡사한 것은 분명하다.

김식은 1597년 7월 22일 “고성 지역 추원포(秋原浦 오늘날 통영시 광도면 황리)에서 고성 당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칠천곡)에서 왜노 6∼7명이 이미 칼을 휘두르며 소나무 아래 앉아 있는 원균에게 달려들었는데 그 뒤로 원균의 생사를 알 수 없었다.”는 보고를 한 바 있다.

선조 38년(1605) 이순신, 권율과 함께 ‘선무일등공신’으로 추증된 원균은 시신을 찾지 못해 고향인 경기도 평택에 가묘를 만들었다. 그 뒤로 400여 년 동안 원균의 후손들은 기일에 맞춰 이 가묘에서 제사를 지내왔다.

그러는 동안 이곳에는 약 100여년 전 이 일대를 개간하는 중 ‘기골이 장대한 인골이 매장되었다’는 소문과 함께 ‘엉규이 무덤’이라는 말이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이곳의 전원균묘가 최근 주목받게 된 이유는 광도면 황리와 고성군 거류면 당동리 구간의 국도 77호선 확장 공사 구간에 전원균묘가 편입되 이장(개장) 절차를 알리는 공고문이 부착되면서다. 김용재 통영길문화연대 대표가 공론화하고 지역 인터넷신문 통영인뉴스에 이런 사실이 보도되면서 김미옥 시의원이 원균 종친회까지 연락을 하게 된 것.

원균의 후손인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2014년 여러 언론에서 보도가 난 후 통영 현장을 가보고, 집안 내에서는 원균 장군의 묘라는 점을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도로확장 공사로 인해 전.원균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서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몇 번이나 했다고 한다.

원주원씨 평택대종회 관계자는 “2014년 방문하고 해당 부지를 매입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여러 문제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데, 최대한 빨리 문중의 의견을 모아, 보존 등 처리 방안을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도 77호선 확장에 따른 팔천곡고분군의 훼손 방지와 보존 대책을 질의하는 김미옥 시의원

김미옥 의원(미래통합당)은 “원균 장군은 제2대 삼도수군통제사를 역임했고, 김일룡 통영문화원장의 논문과 조선왕조실록, ‘엉규이 무덤’이라고 부르는 주민들의 증언 등을 종합해 볼 때 광도면 황리 산 435 일대가 원균 장군의 사망지로 추정된다”고 설명하면서 “장기적인 보존과 활용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영시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의 협의를 통해, 국도 77호선의 설계를 일부 변경해 도로 개설 구간에서 전원균묘 부분을 제외시켰다. 도로 확장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배수구 위치를 변경해 전원균묘를 훼손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전원균묘를 개장해 원균장군의 후손과 DNA검사를 확인하자는 의견과 전설은 ‘스토리자산’으로서의 가치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만큼 그대로 새로운 문화자산으로만 여기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원균 장군이 없다 하더라도 조선 수군의 전사지인 것은 확실한 만큼, 추모공원(평화공원)을 조성하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2004년 통영문화유적분포지도조사에 참여한 최헌섭 (재)두류문화연구원장은 “전 원균묘의 경우에는 규모가 작아서 지표조사를 시행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바로 위 팔천곡 고개 좌우의 ‘팔천곡(八千谷)고분군’은 규모가 상당하다. 해당 구역에 대한 문화재 조사가 법적으로 의무사항이며,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도 77호선을 따라 이야기를 품고 있는 가야사 유적과 전원균묘가 안정 황리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7호분에 천막지를 도포해 놓았다. 
평토장돼 있는 전원균묘에 이장 안내가 붙으면서 다시 공론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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