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들어서진 못하지
문 밖 귀퉁이 바람도 모르는 곳에
동그랗게 오므린 너는 꽃이라기보다
꿈 뜬 등을 보이며 기어가는 남도의 햇살
찬바람을 옭아맨 철사의 그것이다
오전 열시 쯤 나오는 노란 털 빗고 나온
고양이에게 시를 읽힌 나처럼
풍류에 흔들리는 매화사(梅花詞)까지는 아니더라도
질긴 줄기 속에 봄물을 품고
둥치 째 졸고 있는 벚나무 아래까지
놀다 가던 바람도 모르는 모퉁이 지키는동백아, 서럽게 청청한 그날 동백아
정소란(시인)
통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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