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1980년에 결혼하고 1981년에 큰아이가 태어나고 2년 후에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사회 초년생으로 직장생활과 육아일이 겹쳤다. 아내의 육아휴가 2개월을 하고난 후에는 고향 하동의 부모님 집에 아이들을 맡기고 주말이면 고향에 다녀오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부랴부랴 고향으로 향하고, 일요일 하루를 보내고 난 후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월요일 새벽 시간에 부모님 집을 나서 직장으로 향하던 일이 엊그제 같다. 농사일을 거든다고는 하지만 부모님의 농사일을 제대로 도울 수 없는 서툰 솜씨였다. 솔직히 아이들 얼굴 보는 목적으로 다닌 것이다. 그러한 시간들 속에 아이들은 할아버님과 할머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고향의 흙냄새를 맡으며 자연과 벗하면서 지낸 시간으로 인하여 건강하게 잘 성장하여 주었다.

일본 동경대학에 방문학자로 머물 때, 아내가 직장을 마친 토요일 저녁에 동경에 와서 일요일 저녁 비행기로 한국으로 나가는 일을 한 달에 한두 번씩 하였다. 나는 아내가 오는 날을 기다리는 기대감으로 지냈다. 나리타국제공항(Narita International Airport)에 아내를 맞으러 나갈 때에는 철길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도 하고 만남에 대한 기대의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아내가 집에 오면 반찬 준비와 청소 등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며 하루가 후다닥 지난다. 일요일 저녁에 아내가 떠나는 시간이 되고 공항으로 나가는 전철에서는 아내와의 대화만으로 금방 공항에 도착하였다. 아내가 탑승구에 들어가고 난 후, 나는 탑승객들이 보이는 계단 쪽으로 달려가서 먼발치에서 또다시 손을 흔들며 송영(送迎)의 시간을 가졌다. 동경의 집으로 돌아오는 귀가 길은 별 재미가 없다. 스치는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멍하게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였다. 우에노 공원 역에서 전철을 갈아타야 하는데, 그곳에서 전철을 타지 않고 공원을 거닐거나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행인이며, 까마귀 무리를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보는 시간을 갖기가 일쑤였다,

아들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며느리는 이곳 통영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두 명의 손자도 우리와 같이 지낸다. 아들이 주말에 통영으로 오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토요일 새벽에 통영 집으로 와서 부부의 시간을 보내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손자들의 학업 지도 그리고 그들 가족들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만나면 매달려 좋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며느리는 아들이 오는 날에는 기분이 환하고, 떠나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아쉬워함을 얼굴빛으로 알 수 있다. 주말을 보내고 서울로 떠나기 직전에 아이들을 안고 작별의 시간을 갖고, 송별의 인사를 나누는 아들 부부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니, 나의 마음도 짠한 것이 주말의 풍경이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토닥토닥 쓰담쓰담 하면서 사랑하고 자식농사 같이 하며 애환을 나누고 일가족 일구어 오늘을 살아가는 부부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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