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중 수필가, 수향수필 사무국장

박길중 수필가, 수향수필 사무국장

코로나바이러스-19 전염병이 발생한 이후로 매일 확진자 숫자와 사망자 숫자를 보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기만 하는 이 괴질환으로 사람들의 고통도 하나둘씩 증가하기 시작했다. 발생 초기에는 예전의 전염병처럼 일시적으로 기승을 부리다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 속에서만 가물거릴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설마 속에서 사람들은 찬란하게 쌓아 놓은 현대문명의 쾌락을 즐기고 싶어했다. 오랜 관념과 타성에 젖은 문명의 이기를 한시라도 놓쳐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설마, 내가 전염병을 초월하는 문명 속에서 살고 있는데, 내 몸속에는 침투하지 못하겠지. 설마, 침투했더라도 잠시 스쳐 가는 정도로 끝나겠지. 겁 없이 어디를 감히 덤벼든다는 거야. 손가락 하나로 콕 집어내면 그만으로 간단히 없어지겠지.

자만이 도를 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인간은 전염병에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기속에 살며 누려왔던 사치스러움, 물질적 풍요, 자유와 건강에 대해서 대단히 거만을 떨며,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수일 전, 미국 ‘파이낸셜 타임지’에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각국의 정상들의 자세를 질타하는 기사가 나왔다. 다름 아닌 시대를 앞서가는 그 나라의 경제인을 각국 정상들에 대비 시켜 코로나-19 대처방법을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내용인즉, ‘자화자찬’ 트럼프 vs ‘타찬’ 빌게이츠, ‘아베노마스크’ 아베 vs ‘우리에게 달라’ 손정의, ‘정보 비공개’ 시진핑 vs ‘나의 친구’ 마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 줄 이름만 들어도 단번에 알 수 있는 세계적 인물들이다. 각국의 정상들은 코로나-19 대응문제로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자국 내 입지도 매우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어린아이들이 보아도 대처방법에 대해서는 의아스러워할 정도다.

반면, 빌 게이츠, 손정의, 마윈 등 그 나라를 대표하는 경제 리더들은 대규모 기부활동과 적극적 개입으로 글로벌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불쑥 꺼낸 ‘살균제 인체주입 치료’ 발언 후,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확산 중이며, “살균제가 바이러스를 1분 안에 나가떨어지게 할 수 있다.”고 말한 트럼프에 대한 비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 식품 의약국(FDA)의 경고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마침내 그에 대한 신뢰도는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대통령의 근거 없는 약물을 홍보하는 사이 빌게이츠는 코로나-19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바이러스 투사’ 의 별명을 얻은 그는 1년 내로 백신이 대량 생산될 것이고, 그의 재단을 통해 바이러스 전염병에 전적으로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신화를 일궈낸 선견지명으로..

일본은 어떠한가. 자국에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부터 아베 총리의 미숙하고 부실한 대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코로나-19가 폭증하고 의료공백이 발생한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아베 총리는 의료용품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천 마스크를 가구당 2장씩 배포하는 독단을 강행했다. 그나마도 벌레가 있거나 오염되는 등 불량 마스크였다. 이로 인해 ‘아베노 마스크’(아베의 마스크)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고 있던 와중에,손 회장은 상황 초반부터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혀왔다.

일본 내에서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약했을 시점에 선제적 대응으로, 그는 100만 명분의 코로나-19 검사 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 일본 지방자치단체가 아베 총리가 아니라 손 회장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상황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인가. 손 회장은 지난 10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국립감염증연구소장인 파우치 박사에게 진두지휘를 맡기는 반면, 일본은 왜 경제 재생 담당상에게 지휘를 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사실상 아베 총리를 겨냥했다. 선행 자체도 중요하지만 행하는 과정에서 여론 경청을 충분히 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중국 정부와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19와 관련, 전파국으로서 서방의 집중적 표적이 되고 있다. 안팎에선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기업인과 언론인, 지식인이 사라지는 것은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정권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서방은 중국이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팬데믹(대공항)이 발생했다고 공격 중이며, 마침내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독일의 빌트지는 시진핑 주석에게 “코로나가 조만간 당신을 정치적으로 멸망시킬 것이라 믿는다.” 면서, “전 세계를 돌고 있는 중국의 히트 상품은 코로나바이러스”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전자 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이후 세계 100개 이상 나라에 1,800만 개 이상의 마스크와 진단 키트 등의 의료용품을 지원했다. 산소호흡기 1000대를 기증받은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마윈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칭하며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중국을 비판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조차도 “마윈은 나의 친구이며 산소호흡기 기증을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칭송할 정도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스스로 개발한 K-방역으로 국민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하는 요즈음이다. 이를 계기로 선도국가의 위치에 올라서려는 정부의 의지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국민의 동참을 필요로하고 있다. 좌우의 이념에 사로잡혀 국격을 손상시키는 구시대 악습과의 결별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된 지 오래다. 선도국가에 올라서려는 일치된 시선으로 국민의 힘을 결집시켜 대 기운의 전환점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내야한다. 그러한 지도자의 지혜로운 리더십에 국민은 한 덩어리가 되어 응답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일상에서도 탁월한 사유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정부도 국민도 서로를 신뢰하는 강한 일체감이 생겨나는 놀라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뱃전에 이는 파도 설레임에 박수치고. 왁자한 젊은 청춘들 세월들줄 모른다.

시냇가 녹음방초 봄바람에 박수치고다정한 이웃사촌들 여울따라 담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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