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재 선생이 문인화와 명심보감을 쓰고 있다.

福生於淸儉 德生於卑退 道生於安靜 命生於和暢 憂生於多慾
(복은 맑고 검소한 데서 생기고, 덕은 낮추고 사양하는 데서 생기며, 도는 고요하고 편안한 데서 생기고, 생명은 화창한데서 생기고, 근심은 욕심이 많은데서 생기고)….

한옥을 소담하게 안고 있는 담벼락에 명심보감 정기편이 한가득 펼쳐진다. 골목을 마주하고 있는 다른 담에는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로 시작하는 ‘사자소학’이 펼쳐지고, 잇대어 있는 시멘트 일부가 떨어진 벽에는 겨울을 이겨낸 매화가 고고한 향기를 풍긴다.

통영 광도면 우동리에 있는 ‘대촌마을’의 새로운 변화다.

우동 5개 마을의 큰집 격인 대촌마을은 올해 초 통영시의 ‘색깔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에 응모, 51개 지원마을 중 최종 4개 마을에 선정됐다. 1천2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게 된 대촌마을은 마을 전체를 서예와 문인화로 꾸미고 있다.

대촌마을 입구에는 “벽방산 아래 맑은 물이 흐르고 산세가 유장하여 선비가 은거하기 좋은 곳이어서, 현종 때 문인 김명희가 만은재를 지어 학문에 정진하면서 후학을 길러냈다”는 마을 소개비가 있다.

김해김씨 집성촌인 이 대촌마을에는 대대로 글 잘하는 선비들이 많았다. 그 전통을 이은 서예가 농재 선생이 마을 벽화를 위해 붓을 잡았다. 농재 김이돈 선생은 글씨뿐 아니라 매화, 포도 등의 문인화가 벽마다 그리면서 마을의 격을 높이고 있다.

청년회가 선을 긋고 농재 선생이 글을 쓰며, 대촌마을은 고즈넉한 선비 마을로 변신중이다.

 대촌마을에 살고 있는 서예가 농재 선생
씻어내기 전과 후의 벽이 완전히 다르다.
저작권자 © 통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