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허브수산 대표 김만권

“이렇게 맛좋고 영양 좋은 장어를 왜 헐값에 일본으로만 보내야 하나?”

김만권 대표(67)는 이런 의문을 갖고 15년 전에 장어 가공회사인 통영 허브수산을 시작했다. 김대표가 허브수산을 시작한 2006년 무렵, 통영의 장어는 60% 이상이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수입업자들 사이에서는 단단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우리는 장어 가격을 콘트롤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더 전에는 80%가 모두 일본으로 갔어요. 점차 내수가 늘어나던 때에 수산회사를 시작하고는 처음부터 국내시장을 공격했어요. 우리 회사만 거꾸로 실적을 내서, 국내 60%, 일본 40% 판매를 했지요.”

회사 설립 때부터 그는 홈쇼핑판매와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다. 전국적인 대형마트도 공격적으로 공략했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도록 다양한 품목을 소량 포장하고, 적극적인 홍보도 펼쳤다. 8년 전부터 그는 국내 굴지의 대형마트 153개 지점에 장어를 납품하고 있다.

삼성몰 라이브방송에 소개하기 위해 촬영을 하고 있다.

그가 국내시장을 공략한 데는 장어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맛을 보기만 한다면 반드시 장어를 좋아하게 될 거라는 확신이다.

“20년 전, 연세대 신문방송과 1학년인 아들이 선배, 동기들 47명과 함께 통영으로 MT를 왔어요. 그중에 바닷장어를 먹어본 아이들이 겨우 4명이었는데, 민물장어 먹어본 사람은 90%나 됐죠. 제가 장어를 구워 대접하자 난생처음 먹어본다는 학생들이 너무 잘 먹는 겁니다.”

낯설어서 판매가 안 될 뿐, 일단 맛을 보기만 한다면 내수 시장도 충분이 공략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셈이다.

“얼마전 장어 군납의 길이 열렸는데, 이건 대단한 겁니다. 군대서 먹어본 사람은 사회 나와서도 찾을 수 있거든요. 지금은 선택급식으로 들어가는데 내년부터는 일반급식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근해통발조합은 장어 군납을 성사시켰다. 이 일을 위해 김대표는 정말 바쁜 시간을 보냈다. 서울에서 발이 넓은 양문석 후보가 적극적으로 인맥을 연결해 주었고, 근해통발조합, 근해통발선주협회와 함께 서울과 국방부를 오가며 백방으로 뛰었다. 근해통발조합에 자체 가공공장이 있어 직접적인 이익이 없는데도 ‘같이 살기 위해’ 뛰어다닌 것이다.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그에게도 모든 삶을 놓아버리고 싶은 때가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의욕도 없이 ‘사람이 싫어’ 그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었다.

“허브수산을 하기 전에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주)한일’이라는 수산물 가공회사를 했었어요. 그때도 장어를 했었고, 1999년에는 경남도에서 ‘500만불 수출탑’ 시상을 받을 정도로 잘나가던 회사였지요.”

그러나 회사와 별도로 다른 데 투자를 잘못해 큰 손실을 보게 됐다. 온나라가 IMF로 힘들 때라 더 벗어나기 힘들었다.

“회사를 접으면서 4년 동안 아주 힘들었습니다. 돈도 싫고 사람도 싫고 무기력해졌지요. 어느 날, 이러다 내가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차리기로 결심했습니다.”

4년 간의 침묵을 깨고 다시 사업을 준비하자,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다. 이제와 돌이켜 생각하면 그 지옥 같던 시간도 참 감사하다. 그 일이 없었다면, 하는 일마다 잘되던 그가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는 넉넉함을 배우지 못했을지 모른다.

“어려움을 딛고 허브수산을 시작하게 됐을 때, 주변에서 ‘저 사람 잘 돼야 한다’며 응원을 해줬습니다. 그런 사랑을 받아 오늘까지 왔습니다.”

지금도 김만권 대표는 장어통발배 선주들을 만나 “장어를 알려야 한다”며 홍보비를 각출해서라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은 홍보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선주들이 많아 쉽게 생각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는 ‘통영=장어’라는 인식을 심어줄 만큼의 홍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김만권 대표는 다시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다. 인터넷 판매에 대한 인식도 없을 때 장어 단일품목으로는 인터넷 판매를 하다가 결국 여러 품목을 같이 하는 인터넷업체4~5군데에 장어를 납품하는 식으로 한발 물러섰던 것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시장은 급격히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해야 해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다품종 소량 판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통영 장어를 알려야 합니다.”

장어 내수 시장을 열고 있는 김만권 대표는 지금 수산 통영의 앞날을 개척하고 있는 중이다.

2017년 부산Knn모닝와이드에도 허브수산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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