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규중에 못 들인 발끝이라
첫 마음처럼 분홍이 맺히고
유년의 머리속에 산뻐꾹소리 울리던
현기증, 송홧가루 날리던 현기증

날개 접은 새 한 마리
누운 풀 섶에 자리내준 덩쿨이 달큰하다
나는 그 작은 새인 양
아버지 품에서 이삭 벌어지는 보리밭 내음에 눈을 감고
날개가 고단한 한 마리 새처럼
가슴까지 덩굴진 찔레꽃 향기에 어머니 말소리를 듣는다

손끝이 봄볕에도 아릴만큼
희고 옅은 분홍 꽃잎을 따던
앉은걸음에도 언덕을 넘어가고
스스로 유폐되기 딱 좋은 산
찔레꽃 만발하던 꽃산 가는 꿈을 꾼다

봄 넘어가는 일이 몹시도 지루한 일상
유년이 인쇄된 동화책을 털어내어
일별했던 봄 햇살에 톡, 톡 말리고 싶다

한산도에서 출생하여
월간 조선문학으로 등단,
현재 죽림에서 꽃집을 하며
시를 쓰고 있다.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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