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영재원 유치, “교육이 있어야 예술도시 된다”

통영리스타트플랫폼(왼쪽)과 한예종이 들어설 별관(오른쪽)

전통과 문화예술의 도시 통영시에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김봉렬·이하 ‘한예종’) 영재원이 들어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주관하는 ‘예술인재육성 지역확대사업’에 통영시가 최종 선정돼 예술 영재들을 교육하게 된 것.

예술영재육성 지역확대사업은 지리적, 경제적 이유로 문화교육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지역에 한예종 강사진을 파견해 초중고교생을 가르치는 사업이다.

국내 예술교육의 산실로 불리는 한예종은 4년제 국립 특수대학으로, 1993년부터 전문 예술인을 기르고 있다.

통영시는 문재인 정부 제1호 도시재생뉴딜 사업지이기도 한 옛 신아sb 조선소의 별관을 7월 말까지 리모델링한다. 이들 공간에서 한예종 산하 한국예술영재교육원(원장 김남윤) 교수와 강사들이 교육에 나선다. 음악 25명, 무용 20명, 전통예술 15명, 융합 15명 등 4개 분야에서 학생 75명을 선발하고 사회적 배려대상자는 30%를 정원 외로 뽑는다.

이번 영재원 유치에는 통영시의 적극적인 노력이 큰몫을 했다.

윤이상이 첼로를 연주한 통영현악4중주

지난 4월 3일 경남 도내에서 유일하게 응모 신청한 통영시는 1차 서류 심사 결과 강원, 부산, 세종, 전남과 함께 선정됐다. 이 중 2~3곳을 선정하는 현장심사가 4월 20일 진행됐다. 통영시는 코로나 19 방역 및 지역현안 사업추진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불구하고 강석주 통영시장이 직접 나와 통영시의 예술교육 인프라, 지원계획, 기대효과 등을 현장 브리핑하며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표명했다.

4월 28일 최종 사업 발표에서도 통영시는 지자체 차원의 지원을 적극 표명했고, 최종적으로 세종시와 함께 선정됐다.

통영시는 이미 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등 세계 최고의 음악관련 축제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는 음악도시다. 통영오광대, 승전무 등 무형문화재도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예술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교육시설은 서울 등 대도시에 비해 열악하다. 통제영과 윤이상의 음악 정신을 이어받고 있는 통영의 학생들은 좋은 교육기관과 교사를 찾아 대도시를 왕래하며 어렵게 교육을 받고 있다.

이번 영재원 유치를 통해 통영시는 창원, 부산, 울산, 대구 등 인근 도시와 연계해 예술영재교육 벨트의 중심도시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통제영은 음악 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했다.(지난해 통영둑제 재현)

17세기 초부터 통영은 삼도수군통제영으로 인해 남부권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다. 종2품의 통제사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취고수청과 교방청 등 문화를 계승할 교육기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 통영이 나전칠기의 본고장이 된 것도 ‘경남도립나전칠기기술원 양성소’가 통영에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이 문화의 견인차가 된 것이다.

이제 도남동에 자리하게 될 한예종 영재원은 통영에 새로운 씨앗이 될 수 있다. 경남의 음악영재들이 통영을 찾을 것이며, 통영의 음악 꿈나무들도 가까운 곳에서 질높은 교육을 받는 꿈을 꾸게 될 것이다.

강석주 통영시장은 “전국에서 으뜸가는 예술도시이자 윤이상 작곡가, 박경리 작가 등 수많은 예술인을 낳은 도시,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악창의도시 통영에서 그동안 쌓아온 문화예술의 저력으로 경남도 및 교육청과 협력하여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도 예술영재를 키워냄으로써 우리지역의 가치를 높이는데 통영시가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고 예술교육기관을 유치한 통영시가 과거의 영광만을 되뇌이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현재적이며 미래적인 제2의 르네상스를 맞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첼로 연주자 꿈꾸는 김나래 학생■
“길에서 버린 10시간만큼 꿈이 가까워질 거예요”

새벽 5시 40분, 중학교 2학년이 혼자 첫차를 타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그러나 김나래(18) 양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4년째 주말마다 첼로를 메고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아카데미에 간다. 아카데미 시작 시간은 10시이지만, 통영에서 출발해 제 시간에 도착할 수는 없다.

“10시 넘어서 남부터미널에 닿으면 한예종 아카데미가 있는 혜화역까지 4~50분 걸려요. 늘 지각을 하지만 선생님이 봐주셨지요.”

중학교 2학년 때는 새벽차를 타고 올라가서 밤차를 타고 내려왔고, 3학년 때부터는 인근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하고 일요일 레슨을 받고 내려왔다. 예고 진학을 꿈꿨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는 노력을 한 끝에 나래 양은 경북예고에 당당히 합격했다. 고등학생이 된 다음에는, 평일엔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주말에 통영 집이 아닌 서울 한예종 아카데미를 가는 숨가쁜 나날을 보냈다.

“가르쳐 주시는 게 다르니까요. 제가 잘못하고 있는 것을 콕 짚어서 교정해 주시니까 아주 큰 도움이 돼요. 길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써서, 먹을 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들어요. 그래도 대구에서 서울까지는 KTX가 있어서 오가는 시간이 아주 많이 편해졌어요.”

나래는 통영국제음악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꿈의 오케스트라 통영(이하 꿈통)’에서 처음 첼로를 접했다. 원래 어릴 때 학원에서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꿈통에 들어가면서 엄마의 권유로 첼로를 시작한 것.

“죽림초 오케스트라에서도 첼로를 연주했어요. 하다 보니 첼로의 중성적인 음색이 너무 매력 있어서 진학까지 꿈꾸게 되었지요.”

다른 음대 지망생보다 다소 늦은 6학년에 시작했기 때문에 나래는 더 열심히 첼로를 배웠다. 때로는 더 연습하고 싶은 시간에 버스나 기차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깝기도 했지만, 거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꿈을 찾아가고 있다.

이런 나래에게 한예종 영재원이 통영에 생긴다는 뉴스는 그야말로 엄청난 희소식이다.

“영재원은 아카데미보다 훨씬 문이 높아요. 하지만 통영에 영재원이 들어선다면 꼭 테스트를 받고 싶어요. 한예종 교수님들께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저 같은 음악 지망생들에게는 그야말로 꿈같은 얘기니까요.”

통영에 생기는 한예종 영재원이 물리적 거리로 피곤한 음악가 지망생들에게 새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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