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덩이째 훅
바람이 분다
그 바람처럼 던져준 당부
흘려듣진 않았구나
아껴둔 향을 저미며 뿜어내는 아침
순절(殉節)하는 너를 본다

까칠한 잎맥에 손을 댔다가
잠시 잃은 길
몽롱한 그 길에서 보게 된 언어는
달달하거나 혹은 알싸한 유혹
귀밑부터 침이 고이는 꽃 색에 또 한 번 혼절하던 날

되새겨 볼 기억을 걱정하지 마
시간이 지나면 변하게 되는 꽃잎에
새겨 넣을 테니
몽환에 번져 나온 마비된 사랑을.

 

란타나: 잎은 까칠하며, 주황색, 빨강색, 노랑색 등의 꽃이 한 송이에 섞여서 피는, 나무 전체에 독성이 있는 꽃이다. 여러 가지 색이 섞여 피어 칠변화(七變化)라고도 한다.

정소란(시인)

한산도에서 출생하여
월간 조선문학으로 등단,
현재 죽림에서 꽃집을 하며
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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