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유년시절에는 면소재지에 있는 초등학교 다니는 일과 소에 풀 먹이는 일이 나에게 주어진 주된 일과였다. 학생으로서 책보자기를 메고 학교 가는 일이 참 재미있는 일이었다. 이른 아침에 동네 우물가로 나가면 이미 친구 몇 명이 보이기 시작한다. 누구 집에 송아지 태어난 소식, 딱지치기에서 이겨서 많은 딱지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 구슬치기에서 구슬을 많이 모아서 호주머니 가득히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면 10리길(4Km)이 금방 지나 학교에 도착하게 된다. 학교생활도 공부 보다는 친구들과의 어울림이 더 재미있는 일이고, 이러한 일들 때문에 지각하여 선생님에게 회초리로 손바닥을 맞을 때도 있었다. 남녀 공학인 중학교 시절에는 이성(異性)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여 ‘누가 누구와 사귀고 있다’라는 풍문이 참 많았다.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지만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고, 간혹은 동창 모임에서 그때의 사실을 물어 보는 친구도 있다. 일요일에 자전거를 빌려서 동네를 돌면서 우정을 다지고, 친구는 자전거 바퀴를 돌리고 나는 전선을 연결한 막대로 도랑의 피라미 물고기를 잡기도 하였다. 논도랑의 참게 잡기는 인내와의 전쟁이다. 잡힐 듯 말듯하면서 애간장을 태우지만 그래도 한나절이 후다닥 지나가는 놀이로서는 참 재미있었다. 흙탕물이 묻은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놀림도 주기도 하고, 멱 감기로 하루를 마칠 때가 엊그제 같다.

도시에서의 고등학교 시절은 공부에 열중 할 때도 있었다. 특히 선생님의 몽둥이 맞기를 예방하는 방법은 예습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무작위 호출로서 칠판에서의 문제 풀이 그리고 선생님의 엄한 벌이 나의 실력을 높여준 방법이었다. 방과 후 친구들과 어울려서 공부하는 것이 요즘 말로 하면 방과 후 과정이다. 숙제하고 입시 공부도 하였다. 해풍이 불어오는 운동장에서 축구며 농구를 하면서 학업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송도, 광안리, 영도 둘레길 등으로 산책하던 일들이 지금은 마음속의 흑백 사진이 되어 그날의 추억을 이야기 하고 있다. 대학생활은 서클(동아리) 활동이 친구를 사귀는 좋은 기회였다. 같은 학과 친구들과의 계산척(計算尺) 공부, 역학 공부, 고시 공부 등이 그때의 일들이다. 커피 미팅, 딸기 미팅 그리고 고고 미팅까지 미팅의 종류도 다양하였고, 그날을 기다리며 친구들과 공중목욕탕에서 때 빼고 광(光)내는 일을 하였다. 매학기 연중행사처럼의 데모는 주제도 다양하였다. 독재타도, 평화통일, 이사장 퇴진 등 민주화의 여정이 대학가를 뒤덮었고, 그 속에도 우정의 싹은 자라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남몰래 데이트도 하고, 장래를 약속하기도 하지만 이별과 만남이 계속되면서 사랑이 결실되기도 하였다.

나는 친구들 덕분에 오늘이 있고 그 친구들과 지내온 날이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어린이날이 다가온다. 그리운 친구들에게 안부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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