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대학 3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입대하였다. 군대에 입대하기 이전에는 불규칙한 생활을 하였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논산 훈련소에서 처음으로 접한 것은 아침 구보, 제식훈련, 체조 그리고 군가를 배우는 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식사시간 그리고 잠자는 시간까지 절대적인 규칙이 요구되는 생활이었다. 아침 6시에 부대원 전체가 구보와 체조를 하고 구호를 외치는 아침의 활동은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차츰 그 생활에 적응되고, 기상 나팔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서 잠자리를 챙기고 연병장으로 뛰어나가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논산 훈련소, 사단 교육대 그리고 강원도 최전방 부대에 배치되어 병장으로 제대를 한 나의 군대생활이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이면서도 삶의 중요한 노하우를 배운 기회였다.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가장이 되었다. 가정의 경영자로서 각각 두 살 터울의 아들 셋을 두었다. 나는 군대에서 배운 생활 규칙을 서서히 가정에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그중에서도 이른 아침 구보와 체조는 가정을 통솔하고 가족들의 건강 그리고 아이들의 학업 증진에 중요한 요소였다.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하고, 인근 산을 오르거나 학교 운동장에서 구보하는 것을 생활화 하였다. 그리고 온 가족이 체조를 하였다.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그리고 5학년의 아들 셋과 아내 앞에서 나는 군대의 대대장 정도의 위치였다. 아이들에게 돌아가면서 체조 당번을 맡겼다. 군대에서 하던 도수체조가 그 때부터 우리집의 아침 체조가 되었다. 당번은 가족을 모이게 하고, 체조 구령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의 스트레칭 두 동작까지 하고 박수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우리집의 아침 풍경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막내아들이 구령을 하고 그에 맞추어 다섯 가족이 체조한 시간이 아련하기도 하다.

며느리와 9살과 5살의 두 손자가 우리와 같이 살고 있는 요즘에도 우리는 아침 체조를 한다. 아침 6시에 기상을 하고 나면 체조 준비에 분주하다. 요즘의 체조 담당은 9살의 손자이다. 손자가 “체조 합시다”라고 외치면 작은 방에서는 며느리, 큰방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거실로 뛰어 나온다. 거실에서 원형으로 서서 구령에 맞추어 군대식 도수 체조를 한다. 물론 마지막의 스트레칭 두 동작도 빠짐없이 한다. 5살의 손자도 체조를 제법 따라한다. 간혹은 소파 위에서 하기도 하고 큰 공 위에 앉아서 체조 흉내를 낼 때도 있다. 그 때문에 9살의 형한테 혼나기도 한다. 체조를 마치고 모두가 손뼉을 치고 창을 활짝 열면 우리집의 아침 맞이는 마무리 된다.

건강한 삶을 위하여 자식들에게 남기고 싶은 것은 아침의 가족체조이다. 세 아들에게 남긴 체조가 이제 며느리와 손자들도 체조 대열에 동참하였으니, 이제 ‘체조’를 나의 유산으로 기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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