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여성 시의원들 격돌
n번방 관련 정점식 의원 발언 문제 없나?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배윤주 의원, 미래통합당 배도수, 김미옥, 이이옥 의원

정점식 의원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n번방 범죄를 막기 위한 입법 요구가 국민청원 국회1호 법이 된 가운데, 법 제정을 위한 법사위에서 한 “자기만족을 위해서 영상을 가지고 혼자 즐긴다는 것까지 (처벌에) 갈 거냐” 하는 발언이 뜨거운 감자가 된 것.

지난 24일과 26일 민주당 통영고성 여성위원회(위원장 배윤주)가 ‘저열한 성인지 감수성’을 지적하며 ‘졸속입법’을 이유로 정점식 의원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같은 당의 김미옥, 배도수, 이이옥 등 여성 시의원 3인은 24일 오후에 기자회견을 갖고 “완벽한 정치공세”라며 “n번방 문제가 아니라 ‘딥페이크’라는 일부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을 잘라내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속 정당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통영시 여성의원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미래통합당 김미옥, 배도수, 이이옥 의원

"완벽한 정치공세, 선거가 아니라도 문제삼았겠나?"

세 여성의원들은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 반포, 전시, 상영하는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영리를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강력한 처벌조항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미옥 의원은 “성 범죄를 포함해 각종 범죄를 막기 위해 평생 싸워 오신 정점식 의원을 그렇게 몰아가선 안 된다.”고 하면서 “n번방 문제에 공감하지 않는 국민이 아무도 없는데, 주제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공세로 엮기 좋은 말을 빼내어 공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배윤주 의원

"선거가 아니었다면 여성단체가 다 일어났을 것"

배윤주 시의원은 “성범죄는 점점 더 범죄 양상이 흉폭해지는데도 양형 기준이 낮아 계속적으로 여성계에서 지적했던 부분”이라면서 “이번 n번방 사건은 실제 범죄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동영상으로 제작하거나 미성년자와 여성을 성적 노예로 삼아 폭력을 휘두른 범죄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정치 공세’라는 말에 대해서는 오히려 “선거를 앞두고 있지 않았더라면 (다른 당 의원들도) 다 일어나 항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았다면 ‘저급한 성인지 감수성’, 몰랐다면 ‘직무유기’

n번방 범죄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성노예로 만들어 성착취 불법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혐의가 국민적인 공분을 샀고, 이런 공분이 국회에 국민청원 1호 법에 상정되도록 했다. 그런데 국회법사위가 문제를 매우 소홀하게 다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사위는 지난 4일 이 법안에 대한 국회청원을 본회의에 올리지 않고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아동청소년 보호법’ 등 기존의 법 안에서 충분히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딥페이크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것으로 법사위를 마쳤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들끓었다. 민중당은 지난 25일 서울남부지검에 정점식 의원을 포함, 김도읍, 송기헌 의원을 직무유기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n번방 범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성인지감수성은 차치하고, n번방 방지법을 만들면서 성착취가 음란물과 다르다는 기본적인 이해가 없었다는 것이다.

n번방의 영상들은 음란물이라기보다는 가학적인 폭력물이다. 청소년을 포함한 피해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학적인 요구에 “아파서 못하겠다”고 호소하며 울기도 하고 실제로 성기를 다쳐 피를 흘리기도 한다. 그러면 n번방 회원들은 채팅창을 통해 피해자의 고통과 눈물에 환호한다. 이들의 범죄는 온라인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피해여성을 오프라인으로 불러내 진짜 성범죄를 벌이는 데까지 나간다. 숙박업소에 중학생을 감금하고 성인남성들이 강간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공유한 것이다. ‘실제 강간 장면’임을 알리고 상영하는데도 n번방 회원들은 채팅창으로 “이게 바로 그루밍이지.” 하며 떠들썩하게 환호한다. 영상이 잔혹할수록, 피해자가 어릴수록 가격이 높아지기도 한다.

국민들이 운영자뿐 아니라 그 방에 입장한 사람들 모두를 처벌하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n번방 회원들은 어쩌다 클릭 한번 잘못해서 입장하게 된 사람들이 아니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운영자들의 범죄행위가 더욱 공교해지고 잔혹해지도록 부추기고 재원을 마련해준 공범이다.

그러나 법사위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내 일기장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이해했고, 우리 지역의 정점식 의원은 “혼자서 즐기는” 문제로 이해했다.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자기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청소년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 그런 짓 자주 한다.”고 말했다.

모두 n번방의 ‘성착취’를 ‘음란물’로 오해한 발언이다.

여성단체와 진보정당들은 해당의원들의 ‘성인지감수성’과 함께 ‘직무유기’를 문제삼았다. ‘n번방 방지법을 만들라’는 국민적 요구를 받아 열린 법사위 국회의원들이 n번방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법안 작성에 임했다는 것이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은 “양형은 법원에서 알아서 해도 되는데 굳이 이런 구성요건이 필요하냐? 청원한다고 법 다 만드냐?”면서 법안 마련에 미온적이었다.

이들 의원들의 직무유기는 국민여론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였다”며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n번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해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도 지난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n번방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단순한 음란물 유포가 아니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끔찍하고 극악무도한 성범죄 사건”이라며 “성범죄에 대해서는 절대적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국회의원들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총선을 앞둔 지금 우리지역 국회의원이며 21대 국회의원 후보인 정점식 의원은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n번방이나 딥페이크가 어떤 것인지 알면서 그런 발언을 했다면 ‘심각한 성인지 감수성’을 사과해야 하고, 어떤 것이진 몰라서 그런 발언을 했다면 ‘직무유기’를 사과해야 한다.

정점식 의원을 두둔한 같은 당 여성의원들도 이런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딥페이크는 무엇?

‘딥페이크’는 유명인이나 지인을 음란물 사진에 교묘하게 합성해 가짜 사진을 만드는 것이다. 자기가 찍지도 않은 음란물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딥페이크는 더 위험하다. 누구나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위험성마저 있다.

성범죄는 늘 피해자에게서 원인을 찾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수면 아래에서 더 커져왔다. 이번 n번방 범죄도 먼저 자신의 신체 부위를 찍어 인터넷에 올린 ‘일탈계’ 회원들이 범죄의 표적이 됐기에, 많은 피해자가 미성년자인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서 원인을 찾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딥페이크’는 아무런 원인 제공을 하지 않은 사람이 피해자가 된다는 면에서 더 악랄한 범죄일 수 있다. 유명인이기 때문에, 범죄자가 아는 지인이기 때문에 가짜로 만들어진 사진으로 능욕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n번방 범죄의 여러 양상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양형기준을 정해달라고 내놓은 딥페이크 문제는, 이미 영상을 만들고 나누어 보고 있는 것이 전제돼 있으므로 절대로 ‘혼자서 즐기는’ 문제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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