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칠레 산티아고에서 이른 아침 조깅을 하는 나를 동네 개들이 무리지어서 뒤따랐다. 거리 이곳저곳을 뛰고 고함을 지르듯 짖기도 하여 무서움이 들었다. 떼를 지어서 영역 싸움을 하듯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다툼도 하였다. 인적이 드문 도심의 거리는 그들의 천지가 되었다. 나의 뛰는 방향으로 꼬리를 흔들면서 따르는 무리들도 있어서 나의 경계는 조금씩 허물어졌으며 조깅을 계속하였다. 조깅의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 그 무리들과 경주를 하듯 땀을 흠뻑 흘린 아침 운동이 끝났다. 중앙기차역 광장 곳곳 그리고 사람들이 앉을 벤치까지도 개들이 차지하여 그들의 천국이 되고 있었다. 머지않아서 산티아고를 개들에게 빼앗기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무서워하기 보다는 사람이 그들을 피하여 다닌다. 자연스럽고 평화롭다고 하기에는 개의 개체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 여행자인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2020년 3월 13일 주요 일간지에는 태국에서 원숭이들이 패싸움을 하였다는 기사를 접하였다. 해당 언론에 따르면 11일 태국 중부 롭부리에서 원숭이 수백 마리가 충돌했다고 한다. '원숭이들의 지방,' '원숭이 도시' 등으로 알려진 롭부리는 사람들이 건네주는 해바라기 씨와 바나나를 먹으려는 원숭이들이 가득해 관광 명소가 됐다. 그러나 이날은 수백 마리가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한가운데서 엉켜 싸웠고, 이 때문에 교통도 몇 분간 중단될 정도였다고 한다. 사원과 시내를 각각 자기 구역으로 삼고 있는 두 원숭이 무리가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원숭이들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어떻든 시내를 활보하며 패싸움을 하는 사진 자료까지 접하게 되었다. 원숭이들의 패싸움이 일어났음이 확실해 보였다. 동물들의 패싸움에 공권력이 동원되어야 하는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분이며 자연 속의 인간은 지배자가 아닌 그곳의 개체 중의 하나이다. 동물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고, 그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평화는 오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의 세계 역사에는 인근 나라와의 적대적인 관계가 수없이 많이 있었다. 21세기 새로운 세계사에서는 용서를 구하고 양해하고 동행하면서 세계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제 세계는 평화와 공존의 틀 속에 모두가 행복한 세상으로 발전하길 기원한다. 이웃, 계층, 세대 간의 공존이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더불어 자연계와도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하겠다.

동물이 행복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세상이 지속가능한 세상이다. 그럼, 서로 응원하면서 공존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은 누가하여야 할까? 그 일도 결국 우리 사람들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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