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둘째 손자는 위로 형이 있고 아래에는 아무도 없으니, 나이가 가장 어린 아이이다. 형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때에는 형과 동생으로, 놀이를 할 때에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의견이 상충되어 다툴 때에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동생이 한 치도 지지 않으려고 하고, 형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힘으로 제압하기도 하여 할머니가 나서서 조정 또는 화해를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둘째 손자는 5살로 아직 말이 서툴다 보니, 몸으로 때우는 주장을 할 수 밖에 없다. 서투른 말로써 주장을 강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하여 말도 늘고, 목소리도 터지고, 성장을 한다고 하여도 며느리 입장에서는 동의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사회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때론 목소리를 높여 논쟁을 하면서 발전한다.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하고자 하면 그의 이론적 배경이나 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국제 사회는 강(强)대 강의 논리가 먼저인 경우가 허다하다. 약소국가의 설움을 우리는 몸소 체험한 적이 어디 한 두 번인가? 그런 중에도 우리는 경제를 꾸준히 발전시키고 문화를 부흥시켜서 선진국의 반열에서 이제 당당히 경쟁하면서 세계의 선도 국가가 되었다. 지금의 국제 사회는 강대국가와 약소국가의 힘의 논리는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 이제는 선진국, 개발도상국 그리고 저개발국가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면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가의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다. 특히 저개발국가의 빈곤을 해결하여야 세계 평화가 온다는 사실을 세계는 알고 있다. 가진 자의 배려가 세계 평화를 가져 오고 있는 것이다.

아침 밥상에서 둘째 손자의 불만은 극에 다다랐다. 손자가 넷플릭스 어린이 동화를 보면서 밥을 먹는 것을 하지 않으면 포켓 몬(어린이용 인형의 이름) 두 개를 사주기로 며느리가 약속하였고, 이에 손자는 밥 먹는 약속을 지키고 있는데, 며느리는 아직 포켓 몬을 사주지 않은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었다. 나는 모자간에 어떤 약속을 하였는지 모른다. 손자는 자기 엄마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대한 시위로 울음과 식사까지 거부하였다. 손자는 급기야 포켓 몬 열개를 사달라고 하면서 양손으로 열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더욱 큰 소리로 울었다. 약속을 어긴데 대하여 요구하는 개수가 올라간 것이다. 시위는 강도가 강해져서 고함을 지르면서 연신 눈물을 흘렀다. 드디어 5살의 손자는 엄마를 향하여 “배드 맘(나쁜 엄마)!, 배드 맘!”를 외쳤다. 나도 두 주먹을 쥐고 양손을 들면서 “포켓 몬 열개를 사줄 것을 요구한다!”, “엄마는 약속을 지켜라!” 큰 소리를 외치면서 손자의 시위 대열에 동참하였다.

며느리는 눈시울이 촉촉하여졌고, 손자는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투쟁은 막을 내렸다. 때론 배드 맘이 되면서 우리들의 어머님이 우리를 키워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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