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둥지&파란나라에서는 14명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점심에는 뭘 먹나?”

석 달째 방학이 이어지고 있는 집안에서는 난데없이 끼니가 걱정이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맞벌이 가정에서는 긴급돌봄이 큰 문제지만, 양육자가 집에 있거나 초등학교 이상의 아이들이 있는 집안에서는 세끼 식사를 집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큰 문제다. ‘먹을 것이 없는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새로운 먹을 것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것이 문제다.

아이들 한두 명이 느는 것만으로도, 먹고 돌아서면 다음 식사에 무엇을 해야 할지 주부들의 고민이 깊다. 라면 두세 개쯤은 혼자 먹을 수 있는 청소년들이 있는 집에서는 더더욱 식사 걱정이 많다.

쌀이 푹푹 들어갑니다.”
한 식구의 하루 세 끼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는 주부들의 푸념이 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많은 집이라면 어떨까?

아이들둥지 장계영 시설장과 파란나라 강명석 시설장

도남동에 있는 그룹홈 아이들둥지&파란나라는 요즘 열네 명의 아이들이 고스란히 집에 격리돼 있다. 학교도, 교회도, 체육관이나 학원도 갈 수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아이들은 모두 집에서 생활을 한다.

그룹홈은 다양한 이유로 부모와 살 수 없는 아이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다. 그룹홈의 대표는 다른 시설과 달리 선생님이나 원장님이 아니라 엄마. 정원이 7명이니, 아이가 7명이나 되는 대가족의 보호자인 셈이다. ‘아이들둥지는 여자 아이들의 그룹홈이고 파란나라는 남자 아이들의 그룹홈이어서, 이 대가족의 자녀수는 14명이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고부터 집에 있었으니 벌써 석 달째 아이들이 집에만 있는 거예요. 다니던 체육관이나 학원도 갈 수 없고, ‘외부인 출입금지가 돼 버렸으니 봉사하러 오시던 선생님들도 올 수 없습니다. 아이들 먹을 것을 사 오시던 후원자들도 끊어져 오롯이 고립돼 있는 중입니다.”

학교 급식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또한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고충을 알게 된 한 시민이 충무김밥을 보내 줘 모처럼 한 끼 부담을 덜었다.

장계영 아이들둥지 시설장은 아침 먹고 돌아서면서 아이들이 엄마, 점심엔 뭐 먹어요?” 하고 물으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매번 집 밥만 해주는 것도 미안해, 한번 식당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장계영 시설장은 솔직히 누가 밥 한 끼만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 정도라고 말하며 웃는다.

먹을 것뿐 아니다. “오늘은 뭐해요?”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만날 집안에서 공부만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예정에 없던 24시간 돌봄이 석 달째 계속되면서 생활보호시설의 종사자들은 한계에 부딪치는 어려움을 매일매일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자 자전거와 킥보드를 구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아이들둥지&파란나라에서는 생활비를 절약해 자전거 3, 킥보드 4, S보드 3대를 구입했다. 집에만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숨통을 터주기 위한 투자였다.

그래도 감사한 건 우리 선생님들이 레크레이션을 같이 하기도 하고 음식 만들기 같은 활동을 같이 하기도 하면서 애를 쓰고 있다는 거예요. 오히려 일반 가정의 아이들이 거의 방임되다시피 하는 것에 비해 우리 아이들은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아침 먹고 함께 공부를 하고, 자전거 타기 같은 활동을 한다. 오후에도 학습시간이 있고, 저녁에는 같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며 하루 일과를 감사한다. 형제자매가 많다보니, 언니들이 동생의 학습을 끌어주며 공부를 도와준다.

강명석 파란나라 시설장은 애들이 아프지 않은 것도 감사하다.”평소에도 한 달에 한두 명씩은 번갈아가며 감기로 병원을 다녔는데, 작년 12월부터는 아무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하나 감사한 건 집이 통영 도남동에 있다는 겁니다. 집앞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도남동 바닷가가 나오고, 마리나리조트 앞으로 자전거 도로가 있으니까요. 산길로 들어서면 미륵산이 지척이지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자전거로 달릴 수 있으니 감사하다는 것이다.

길고 긴 방학, 아이들둥지&파란나라 아이들은 미륵산을 등산하고 마리나 해안길을 걷는다.

파란나라 삼촌인 강명석 시설장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이곳이 나름 섬 아닌 섬이어서 섬 밖으로 나가는 것은 스스로 억제하고 조심하고 있다. 오늘은 중학교 진학하는 딸 교복도 준비하고 미술작가인 딸도 준비물을 구입해야 해서 섬 밖으로 잠시 탈출(?).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고생이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대구.경북에 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 배려하고 함께 힘과 사랑을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교회 가지 못하는 이유, PC방 가지 못하는 이유, 학교 개학이 연기된 이유 등을 설명하고 또 설명한다.
또 긴~~~~ 내일이 기다린다.
힘내자, 힘내자!

당연한 것처럼 학교에 다니고 사람들과 만나 즐겁게 어울리던 일상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를 깨닫는 요즘이다.

규칙적으로 학습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 
엄마를 돕는 즐거운 요리시간.
지난 2월 28일에는 박미자심리재활센터 원장이 연결해 주어,
방역업체(창원) (주)세프로에서 소독과 방제작업을 했다.
언니와 동생이 손을 잡고 산길을 오른다. “코로나와 전쟁에서 우리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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