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연극협회 신임사무국장에 김준원 배우

‘연못가의 향수’ 마사오 役

벅수골의 새 배우 김준원(36) 씨가 통영연극협회 사무국장으로 임명됐다. 원래 사무국장은 총회를 열고 선출하지만 코로나19로 일일이 전화통화를 해서 회의진행을 하고 새 사무국장이 됐다.

김준원 씨는 2017년부터 벅수골 전속배우로 활동했다. 2018년 경남연극제 금상의 ‘쇠메소리’에서 강씨 역, ‘사랑, 소리나다’에서 맨입할배 역, ‘블루도그스’에서 체개바라 역 등을 거쳐 2019년 ‘연못가의 향수’ 마사오 역, ‘나의 아름다운 백합’ 소상영 역, ‘평범한 사람들’ 매니저 역을 하면서 점점 벅수골의 메인배역이 됐다.

올해 5월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랑 소리나다’에서는 주인공을 맡았다.

“부담되죠. 할배 역을 할 때는 쉬웠는데….”

그동안 ‘사랑, 소리나다’의 남자역은 연극협회 회장인 이규성 배우가 도맡아 왔었다. 만년막내였던 이규성 회장에게 드디어 역할을 물려줄 후배가 생긴 것.

김준원 씨가 연극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대학에서 전공을 하면서부터다. 준원 씨는 클릭을 잘못해서(?) 연극과에 입학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때 방송반이었던 그는 편집이나 카메라에 더 관심이 있어 ‘방송연예과’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극동대학교의 방송연예과는 사실 연극을 중심으로 하는 학과였다.

배역 배정을 위한 오디션이 뭔지도 모른 채 연극과 학생이 된 그는 바로 주연에 발탁되며 의외의 재능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실수도 많았다. 학교에서 연극을 할 때, 20분짜리 독백으로 극을 여는 주연을 맡아놓고, 그는 첫 줄 이후의 대사를 잊어버렸다.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바로 마지막 줄 대사를 잇고 무대 뒤로 들어왔지요.”

‘사랑, 소리나다’ 맨입할배 役

관객의 상상력을 끌어내야 하는 20분이 송두리째 날아갔다. 이런 실수들을 해가며 그는 무대의 두려움을 배웠고, 연습의 엄중함을 깨달았다.

졸업한 뒤에 그는 극단 ‘풍경’의 단원이 됐다. 2010년부터 3년 동안 그는 풍경에서 배우와 조연출을 하며 대학로를 중심으로 서울에서 활동했다.

그가 통영과 인연을 맺게 된 건 2013년, ‘찾아가는 문화예술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전국 투어를 하며 하는 연극으로 통영에 발을 딛게 된 것이다.

“참 좋았어요. 통영이라는 도시도 그렇고 벅수골 식구들도 그렇고.”

스쳐가는 줄만 알았던 통영과의 인연은 2015년 아동극을 통해 다시 연결됐고, 2017년 통영연극예술축제로 이어졌다. 스태프로 축제에 참여하게 된 그는 어느 날 남망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다가 문득, ‘아, 여기서 연극하며 살면 참 행복하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침 벅수골에서는 배우를 구하고 있었다.

“규성이 형이 ‘벅수골에서 같이 할래?’라고 하는데, 딱 좋더라고요. 두말없이 짐을 챙겨 내려왔지요.”

벅수골 식구들은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장창석 대표는 자기 집 방 한 칸을 흔쾌히 내줬다.

그리고 3년, 통영연극협회 사무국장을 맡으며 김준원 배우는 기꺼이 통영 연극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블루도그스’ 체개바라 役
‘쇠메소리’ 강씨 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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