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슈메이의 한국살이

미슈메이 중국 출신 통영 시민

초등학교 다닐 때 이웃 집에 한 학생이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소리가 소음처럼 시끄럽게 들렸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싫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아름다운 곡이 들렸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곡인지 몰랐다.

학교에 가서 음악 선생님께 물어봤더니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 학생은 날마다 열심히 연습했고 나는 계속 그 곡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엄마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가 핀잔만 들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한국말을 못해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할 수 없이 음식점에서 설거지를 했다.

당시 나는 정량동에 살았는데, 집 근처 피아노 학원에서 매일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순간 수십년 전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이제 피아노를 배워도 되지 않을까?'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딸에게 돈을 보내고 있어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그래도 배우고 싶었다.

‘인생은 짧아. 기회가 된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해야지.’

어느 날 용기를 내서 피아노 학원에 가서 원장님에게 “선생님 성인도 피아노를 배울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원장선생님은 손을 보여달라며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식당에서 일했기 때문에 손가락이 굵고 딱딱했다. 게다가 나는 보통 사람보다 손이 작다. 원장선생님은 “여기 온 어른들은 대부분 시간도 있고 집에 피아노도 있고 당신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한 명도 버티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할 수 있겠어요?” 라고 말씀하셨다. “저 배우고 싶어요.”

이렇게 해서 나는 도레미파솔라시도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유연하지 않은 손가락이었지만 시간과 여건이 되는 대로 공부를 해 바이엘 1권부터 3권까지 공부했다. 선생님 덕분에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다.

그 이후, 무전동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통영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중국어 교실을 하면서 학교에서 가까운 호산나 피아노 학원을 찾아가서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원장선생님은 매우 열정적이시다.

나는 일이 힘들 때는 음악으로 피로를 푼다.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내가 이루고 싶은 소망인 <엘리제를 위하여>는 언제 자유롭게 칠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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