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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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신문
  • 승인 2020.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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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연구년으로 1년간 인도네시아에 머무르는 중 1월에 학회 참석차 서울에 며칠간 오게 되었다. 35℃를 오르내리는 인도네시아에서 살다가 영하 20℃의 서울 날씨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공항을 나오는데 얼굴을 할퀴는 듯 차가움이 와 닿았다. 콧물이 흐르고 몸에 냉기가 스며들었다. 강원도 평창의 학회 참석 그리고 지인들을 만나고 서울의 아들 집에 며칠을 지내고 나니, 입술이 터졌다. 거울에 비치는 피나는 입술에는 칼로 베인 듯이 상처가 났고 피가 삐져나와 흐르는 것이 확인되었다. 으스스 추위가 들고 온 몸이 무거웠다. 외출을 삼가하고 집안에서 머물기도 하였지만 차가운 겨울 날씨를 이겨내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였다. 빨리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2년 전에는 태국에서 1년간을 보냈다. 30℃에서 35℃ 정도의 기온 분포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북쪽 지방으로 가면 20℃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였다. 내가 머문 방콕에서 느끼는 체감 계절은 늘 여름날이었다. 태국에서는 15℃ 이하가 되면 동사(凍死)하는 사람이 발생한다고들 하고, 25℃가 되면 사람들의 옷차림이 두터운 겨울 차림으로 바뀌는 것을 종종 보았다. 그곳에서 무사히 생활을 마치고 이제 우리나라에서 올해의 막바지 겨울을 보내면서 감기에 걸릴까 조심하면서 지내고 있다. 아직은 무탈하게 지내고 있으니, 계절에 순응하고 있는 나의 몸에 감사할 뿐이다.

열대지방에서의 우리 교민들의 적응과 성공을 많이 보았다. 햇볕이 뜨거운 하와이에서의 사탕수수 밭을 일군 부모 세대의 이민사(移民史),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 중국 연변의 조선족 등에서 우리 민족이 계절의 혹독함을 극복한 사례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극한의 추위와 더위를 극복하는 우리 민족의 저력이 있었기에 세계 어디를 가나 성공한 교민을 만날 수 있었고, 혹독한 기후를 이겨낸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과연 이러한 저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나라의 사계절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하 20℃에서 영상 40℃까지의 기후대에 살고 있다. 즉 온도 편차가 60℃에서 살고 있으며, 계절마다 그 계절에 맞는 음식, 주거 그리고 의복을 갖춘 우리 민족이다. 그러한 것들이 우리에게는 세계 경쟁력의 원천이 되었다.

지구 북반부에서 사계절을 즐기면서 문화를 창조하고 부강한 국가를 만들 수 있었고, 세계 어느 곳의 어떠한 기후대 그리고 그 어떤 고통도 이겨내고 적응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민족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