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통영누비명품관 손애림 대표

누이비똥 같은 세계적인 명품을 목표로 한 땀 한 땀 통영의 아름다움을 새기는 사람이 있다. 강구안에서 아씨통영누비명품관을 운영하는 손애림 대표(50)다.

손애림 대표는 지난 2016년 11월, 제19회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대상 수상작은 통영누비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린 ‘누비담’이다. 접이식 누비 보관함인 누비담은 2025년까지 한국관광명품 브랜드의 로고를 사용하는 명품이 됐다. 청와대 사랑채에서의 전시에서도 많은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

위)손애림 대표와 박항서 감독
아래)박항서 감독과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

2018년에는 통영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박항서 감독에게 손애림 대표의 명품 가방이 전해졌다. 박항서 감독의 지인이, 베트남에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쓰라고 누비가방을 선물한 것이다. 방수가 되는 최고급 원단으로 만든 빨간색 수제 가방에 베트남 국기를 떠올릴 수 있는 노란별을 수놓은 가방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이 가방을 베트남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에게 선물했다. 응우옌 국회의장은 베트남의 얼굴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가득 품고 있는 이 가방을 아껴두고 행사 있을 때만 들고 다닐 정도로 애지중지한단다.

‘통영의 명품을 만들어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는 손애림 대표의 꿈은 더 확실해졌다. ‘이것이 한국이다’, ‘이것이 통영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리라.

한 달 전 박항서 감독이 축구선수들과 함께 방한했을 때도, 통영시는 손애림 대표의 베트남 국기 모양의 지갑과 가방을 기념품으로 전달했다.

사실 손애림 대표가 누비를 만들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10년 전, 남편이 관광기념품 매장을 내게 됐을 때, 통영을 대표할 여러 관광상품 중에 누비를 선택한 것이 시작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판매만 했어요. 하지만 점점 더 마음에 맞는 물건을 찾다보니 직접 누비를 만들고 싶어졌지요.”

미대 진학을 꿈꾸다 가정형편으로 포기했던 손애림 대표는 누비 가방을 고르고 진열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가방 디자인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주원단과 어울리는 배색 원단, 형태, 끈과 부속자재들이 머릿속에서 이합집산을 반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대표는 공방을 차렸다. 손대표가 직접 고른 원단으로 제품이 제작됐다. 손대표는 가방을 디자인하고 샘플을 만들었다.

제19회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누비담'

“디자인을 하고 작품을 생각할 때는 너무 흥분이 되는 거예요. 실제로 그렇게 만들었을 때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오면 그 기쁨은 말로 할 수 없지요.”

남이 하지 않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손대표의 의욕은 자신의 그림을 원단에 사용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늘 그림을 가까이 접하며 그 언저리에 있었던 손대표는 소남 김미옥 선생의 화실에서 한국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묵화의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소남 김미옥 선생은 옻칠회화와 한국화를 접목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는 촉망받는 작가다. 그의 차분한 가르침으로 손대표는 다양한 한국화의 기법을 익혀 누비제작에 응용하고 있다. 손대표의 그림은 액자 속에서 뛰어나와 가방도 되고 손지갑도 되고 마우스패드도 됐다.

나전칠기 장인이었던 친정아버지의 피가 고스란히 손대표에게 전해진 걸까. 손애림 대표는 장인의 정성으로 종합예술 작품일 수밖에 없는 누비 작품을 만든다. 그리고 통영쪽빛감성학교의 이사로 활동하면서, 통영을 찾은 관광객에게 통영누비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손애림 대표가 그린 '통영운하' 그림이 마우스패드가 됐다. 

하지만 손애림 대표는 누비로 주목받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다. 수십 년간 통영누비를 만들고 지켜온 선배들이 있기 때문이다.

“평생 누비에 헌신해 오신 분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의 통영 누비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뒤에 이어받은 만큼, 저는 남들이 다 하는 것보다 저만의 방법으로 통영누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고 싶습니다. 전혁림 선생님이나 이중섭 선생님의 그림을 원단에 사용하기도 하고 나전칠기나 비즈 등을 이용하기도 하면서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수군들에게 누비옷을 해 준 데서 기원한 통영누비는 통제영 12공방 300년을 지나면서 명품으로 자리잡았고, 근대 재봉틀의 유입으로 통영의 대표상품 중 하나가 됐다. 그리고 오늘, 손애림 대표처럼 젊은 후계자들이 단순한 상품을 넘어 종합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중섭 그림으로 만든 명함지갑
명품으로 만든 수제 손가방
베트남 축구 대표팀에게 기념품으로 전한 누비가방과 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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