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조각공원 -‘꿈’ 개막식

한산도 선착장 앞에 조각공원이 생겼다. 

“과거 이순신의 한산도만 보지 마시고 이곳에서 자라는 미래의 꿈도 봐주세요!”

한산도 제승당 선착장 입구에 작은 조각공원이 생겼다. 한산도에서 학교를 다니는 미래의 꿈들이 만든 조각공원이다. 종이배, 소라, 문 같은 제법 그럴 듯한 조소 작품 17점이 선착장을 따라 전시돼 있다.

이 작품들에는 작품명, 제작연도, 작가명이 달린 작은 이름표가 각각 붙어 있다. 모두 처음 전시회를 여는 이 작가들의 평균 연령은 15세. 한산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다.

전교생이 10명밖에 되지 않는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 1년 동안 작품을 구상하고 손으로 빚고 가마에 구워 조각공원을 만들었다.

이 발칙한 프로젝트의 시작은 시에서 지원받은 600만원짜리 가마였다.

서양화 전공이지만 조소를 부전공한 최승연 미술교사가 2017년 부임하면서, 한산중학교는 통영시의 보조로 600만원짜리 가마를 샀다. 학생들도 미술시간에 활용하지만 부모님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도자기 가마다.

접시나 컵을 만들면서 자신감이 붙은 학생들은 점점 더 큰 작품을 만들게 됐다. 그러다가 제승당만 보고 돌아가는 관광객들에게, 한산도에는 이순신을 기리는 과거도 있지만 이렇게 고운 꿈을 꾸고 있는 미래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조각공원을 만들자는 꿈을 꾸게 됐다.

“우리 아이들이 참 재능도 있고 잘합니다. 그러나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조금은 의기소침해 있는 면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산중 학생들은 지난 1년간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작품을 만들었다. 이중 7~80%가 학교 가마에서 구워낸 도자기 작품이다. 목수 경험이 있는 학부형과 미술 교사가 작품 설치를 도왔지만, 아이들도 함께 땅을 파고 전시대를 설치하며 적극적으로 공원을 조성했다.

어머니의 발을 직접 떠서 '여행'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조각공원 조성에 든 총 예산은 시에서 받은 보조금 300만원과 경상남도교육청 미술동아리 보조금 500만원을 합쳐 총 800만원이다. 이 안에는 인건비, 재료비, 치킨 파티 같은 간식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

3학년 최병승 작가는 ‘문’이라는 작품을 만들면서 ‘나의 인생의 문은 어떠한 모양을 하고 있을까?’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작가노트에 담았다. 또 다른 작품인 ‘또 다른 문’에는 ‘인생의 변수를 구(球)체에 담고 여러 개의 문에 희망을 담아’라고 썼다.

1학년 백수화 작가는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가장 즐겨하던 놀이’를 기억하며 ‘가위 바위 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파도’라는 작품을 만들면서는 ‘한산도에 오려면 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우선 파도를 만나야 한다’고 작가노트를 썼다.

이들 작품과 함께 3학년 박진화 작가의 ‘종이배’와 2학년 강근희 작가의 ‘십자가를 품은 칼’은 모두 ‘꿈’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묶인 작품이다.

2학년 장태훈 작가는 ‘재활용’, 2학년 이정현 작가는 ‘하트’라는 작품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바람’을 담았다.

3학년 김민주 작가는 ‘고래가 고래고래’라는 작품과 ‘한산도의 사계’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1학년 허성민 작가는 집앞에서 잡아와 엄청 많이 삶아먹은 소라를 생각하며 ‘소라’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3학년 김수연 작가는 바다를 떠다니는 쓰레기 조각들이 물고기를 닮았다며, 씁쓸한 마음으로 ‘바다’를 만들었다. 입을 벌린 물고기의 형상을 비늘의 색채를 강조하여 ‘생명의 물고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이 지역 환경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꿈이 담긴 ‘한산조각공원-꿈’의 개막식은 지난 12월 26일에 있었다.

개막식 때는 교직원인 송인호 계장의 침향무(황병기 작곡) 가야금 연주와 한산중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직접 작곡한 개막 축하곡 발표도 했다.

비 내리는 오후였지만, 통영 관내 기관장들과 초, 중학교 학생들, 지역민들은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잘 어우러지는 작품들의 작품성과 독창성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주었다.

설치미술 작가가 된 한산중학교 학생들

한산도

이순신 장군이 처음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했던 한산도는 통영에서 뱃길이 가깝고 30분마다 배가 출항해 하루 여행 코스로 가장 인기 있는 섬이다. 배를 타고 들어와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제승당을 둘러보고는 한두 시간 안에 다시 뭍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관광객이 스치듯 지나간다.

그러나 사실 한산도는 섬 전체가 군사기지였던 곳으로 섬 곳곳에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그 정기를 받아 자라고 있는 내일의 꿈들이 있다.

도서라는 특성상, 한산도에는 유치원과 초등, 중등이 한 학교에 있는 한산초중학교(교장 박시영)가 있다.

 

  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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