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해양환경운동연합 통영지부장 최수복

매월 둘째 주 화요일, 7년째 한 달도 거르지 않고 해안 쓰레기를 청소하는 사람이 있다. 육지와 연결된 바닷가뿐 아니라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에서도 해안에 부대끼고 있는 폐스티로폼 부자나 그물, 낚싯줄을 걷어올리는 그는 경남환경운동연합 통영지부장인 최수복 회장(71)이다.

2013년에 발족된 경남환경연합은 일반적인 환경단체들처럼 시민운동에 무게중심을 싣지 않고 직접 몸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사회봉사에 더 마음을 쏟고 있는 봉사단체다.

“처음 경남환경연합에서 통영 지부장을 맡아 달라 했을 때, 지구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할까 생각했지요. 일단은 ‘해안에 산적한 쓰레기 먼저 치우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 어느새 햇수로 7년이 됐네요.”

경남환경연합통영시지부와 굴수협과 멍게수협의 MOU 체결식

처음 쓰레기 청소에 나선 사람은 모두 28명이었다. ‘같이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며 아는 지인들을 모은 것이 통영지부의 시작이다. 대부분 은퇴를 한 사람들이어서 힘이 달렸지만, 처음 쓰레기 청소를 한 보람은 놀라운 것이었다. 막연히 쓰레기가 많겠다 했었는데, 직접 손으로 치우려다 보니 바위틈에서, 모래톱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나왔다.

“처음에는 나갈때마다 1.5톤 트럭 10대분 이상의 쓰레기를 건져 올렸어요. 꾸준히 하다 보니까 한 3~4년 전부터는 양이 줄기 시작해, 요즘은 여섯 대 정도의 쓰레기를 치웁니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폐부자가 많아 1.5톤 트럭에 가득 싣는다는 말이지, 쓰레기의 무게가 1.5톤이 된다는 말은 아니다. 환경연합 회원들이 쓰레기를 건져 큰 망에 묶어 올리면 시청에서 1.5톤과 5톤 트럭을 이용해 수거해 간다.

7년이 지나는 사이, 함께하는 회원 수도 많이 늘었다. 일반 어른 회원들이 100명, 학생 회원들이 150명이다. 물론 서너 달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이 더 많아, 거쳐 간 사람은 현재 회원의 몇 배에 이른다.

“거쳐 가신 분들에게도 감사하죠. 사정이 안 돼 계속 함께할 수는 없어도 머릿속에 ‘봉사’, ‘환경’이라는 단어를 담아 가셨을 테니까요.”

숱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동안에도 최수복 회장은 자리를 지키고 서서 단 한 번도 청소를 거른 일이 없다. 2년 반 전에는 대장암 수술 날짜를 잡아놓고도 청소에 나갔다.

배를 빌려서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
(위)용남면 내포마을
(아래)도산면 도선리

김인자 사무국장은 “회장님이 늘 앞장서서 청소를 하시는데 그날은 얼굴색이 다르고 영 힘을 못 쓰시는 거예요. 제가 걱정돼서 앉아 계시라고 말씀드렸죠.”라며 그날의 상황을 전했다.

처음으로 청소 도중에 앉아 쉰 날이었다. 6년 전에 후두암 수술을 했을 때도 앞장서서 청소를 했었는데, 대장암의 고통은 그보다 훨씬 컸다.

“좋은 일을 하면 건강이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합니다. 실제로 더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서 바다를 청소하는 민간단체는 통영환경연합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진해가 고향인 최수복 회장은 해군 출신의 사업가다. 바다에서 15년 직업군인으로 근무한 뒤, 통영을 좋아해서 통영에 자리를 잡게 됐다. 무전동에 있는 작은 목욕탕과 도산면의 바다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통영에서 밥을 먹고 살고 있으니 통영을 위해 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바다 쓰레기를 함께 치울 회원들을 모집하고, 어촌계나 국립공원에 협조를 요청하고, 각종 단체와 MOU를 체결하며 환경정화의 저변을 늘려 나가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섬에 쓰레기를 치우러 갈 때는 해경이나 어촌계의 배를 빌려야 하고, 쓰레기를 모은 다음에는 시청의 수거 협조를 받아야 한다.

통영시 해양과의 김정규 계장은 2년여 전부터 환경연합과 직접 쓰레기 청소를 같이 한다. “직접 해보니, 정말 해양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됐어요. 사실은 바다를 기대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인데, 한 민간단체가 이렇게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으니 참 고맙죠.”

거꾸로 통영환경연합은 담당이 된 다음부터 직접 나와 구슬땀을 흘리는 김정규 계장에게 표창을 주기도 했다.

“공무원이 행정지원만 하기 쉬운데, 같이 땀을 흘리니 무척 힘이 되지요. 통영시 공무원 중에 이런 사람이 없어요.”

어려움 속에서 서로의 수고를 지지해 주는 끈끈한 연대가 봉사자들 사이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환경정화에 뛰어든 2017년부터는 학생들을 수송하는 버스도 운행한다. 회비를 내며 청소하는 어른들과 달리 학생들에게는 간식을 제공해 준다.

“작년에 굴수협과 멍게수협의 MOU를 체결했어요. 굴수협이 버스 10대, 멍게수협이 버스 5대를 협찬해 주어 아주 큰 도움이 되지요.”

버스는 학생들을 해양정화 활동을 할 바다로 데려다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도산중, 동원중, 통영중, 동원고, 충무고의 5개 학교 학생들이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마다 바닷가 청소를 합니다. 썩은 폐스티로폼에서는 아주 역한 냄새가 나는데, 학생들이 그걸 참고 청소에 참여합니다. 얼마나 대견하고 이쁜지.”

실천만큼 큰 가르침은 없다. 바닷가에서 구슬땀을 흘려 본 학생들은 성인이 돼서도 환경을 아끼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최수복 회장은 생각한다.

오늘은 이 바다, 다음 달은 저 바다, 통영의 바다는 경남환경운동연합의 손길이 길을 열어주어 맑은 숨을 쉬고 있다.

통영환경연합이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청소년들의 정화활동
통영시청으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수상했다.
해양환경연합, 굴수협, 멍게수협과 함께한 청소년환경정화 글짓기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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