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요즘의 농장일은 가지치기이다. 무궁화나무, 매실나무 그리고 감나무 등이 나의 일감이다. 집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는 무궁화나무는 지난여름에 칡넝쿨의 공격을 많이 받았다. 무궁화나무는 말라진 칡넝쿨 덤불에 묻혀있다. 덤불을 벗겨 내고 웃자란 가지를 자르는 일이다. 칡은 생명력이 강하여 제거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겨울에 뿌리 가까이를 자르고 그곳에 진한 농약을 뿌려서 죽이라고는 하지만 어디가 뿌리인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10여년 농약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사용하기에 거부감도 있다. 아직은 전정가위로 가지를 자르고 뿌리 근처의 잡목이나 작은 나뭇가지를 잘라서 원 줄기를 튼튼하게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매실나무 가지치기는 내년의 수확을 위해서나 나무의 건강함을 위하여서도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감나무는 가지가 약하다. 조금 높게 자라게 하였다. 잘 익은 홍시가 높은 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그림 같은 풍경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나무마다 가지치기의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과일나무는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좋은 품질의 과실을 얻을 수 없다. 수많은 예쁜 꽃을 볼 수 있고, 작은 열매들이 촘촘히 열리기는 하지만 병충해의 공격을 받고, 결국은 땅 바닥으로 떨어지는 쓸모없는 낙과의 신세가 되기 일쑤이다. 가지치기는 과감하여야 한다. 약한 가지는 잘라야 하고, 한 줄기에 세 개 정도의 새로운 가지만 허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나뭇가지를 자르려고 하면 그럴 수 없을 때가 많다. 혹시나 하여 한두 가지를 더 남겨 두기도 하지만, 새봄이 오면 역시 열매가 부실하기 일쑤다. 가지치기를 하고난 후에는 뿌리 근처에 퇴비를 듬뿍 주어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여야 내년 풍년을 기약할 수 있다.

내 삶에서도 가지치기가 필요한 경우가 많이 있었다. 진학을 앞둔 학교 선택, 전공 선택, 직장 선택, 직장에서의 업무의 선택 등, 다양한 선택이 필요하였다. 선택을 망설이거나 우왕좌왕하여 기회를 놓친 경우도 많았다.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서 헤맬 때가 많았다. 선택을 하고나면 돌아보거나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열정과 노력으로 나의 선택이 최선의 길이었음을 스스로에게 답하여야 한다. 가지치기 후에 나무뿌리 쪽에 퇴비를 주듯이 열정과 노력을 과감하게 하여야 하였다. 내 인생에서의 가지치기가 제대로 되었으면 더욱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잘 익은 과일 같은 성공의 열매를 담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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