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자원봉사협의회 총무 박혜란

크고작은 통영시 행사장이나 일손이 필요한 곳에 가면 언제나 보이는 얼굴이 있다. 자원봉사 조끼를 입고 궂은일을 마다않고 하는 박혜란 씨(63)다. 여러 단체의 사람들이 그를 ‘총무님’이라고 부르는 건, 그가 통영시자원봉사협의회 총무를 7년째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총무님은 자기 할 일을 제쳐두고 발벗고 나서서 자원봉사협의회의 일을 보십니다. 오래 집권을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지요.”

통영시자원봉사협의회 김정현 회장의 말이다. 박혜란 총무는 9~11대를 역임한 서병원 회장의 임기 6년 동안 총무로 일했고, 올해 취임한 12대 김정현 회장과 함께 1년을 지내오고 있다.

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통영시 공무원은 “우리 총무님이요? 모든 단체의 ‘실무자’시죠.”라고 말한다. 그 말에 박혜란 총무의 24년 봉사 인생이 담겨 있다.

화장품 판매 19년, 보험 영업을 2년째 하고 있지만, 영업 실적은 신통치 않고 봉사 자리에는 빠지지 않는다.

박혜란 총무는 “봉사가 본업이고 영업은 부업”이라며 함박웃음을 띄운다.

그가 처음 봉사를 하기 시작한 건 새마을 부녀회에 참가하면서부터다.

“이웃집 사는 이가 새마을 부녀회 활동을 하는기라예. 그 사람 따라 부녀회에 가입하게 됐는데, 진짜 재미있고 너무너무 좋는기라. 어려운 할머니 집에 가서 집도 치워주고 반찬도 해다 주는데 그래 뿌듯해예. 그길로 즐겁게 활동을 하기 시작한 기, 같이 밥 묵고 목욕 시키고 하다 보니 어느새 23~24년이 됐네예.”

독거노인 가정, 자생원, 요양병원 등등 봉사는 하면 할수록 손을 필요로 하는 곳이 보였다.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다 보니, 어느덧 통영시의 웬만한 단체에는 다 가입이 돼 있었다. 북신동 주민자치위원, 120민원기동대, 바르게살기위원회, 지역발전보장협의체, 청소년지도위원, 통영시아동위원 등등, 몸담고 있는 단체를 세는 것도 버겁다. 여러 단체의 일정을 따라다니다보면 사실상 매일 출근을 하다시피 나오게 된다.

“그래도 즐거워예. 어떤 데는 한 달에 한 번쓱 하는 기니까 그래 벅찬 건 아니라예.”

지난 11일 박혜란 씨는 통영시자원봉사협의회와
음식사랑모임과 함께 자장면 봉사를 했다.

박혜란 총무는 “새벽에 눈 떨어지면 헬스를 간다.”면서 내 몸이 건강해야 봉사를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땀에 젖은 옷을 빨래해 널어놓은 다음에는 하루 종일 통영시 곳곳을 찾아다니며 일하게 된다.

“저는 이렇게 일하는 게 재미있어예. 힘들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별로 없어예.”

지금이야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가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만, 20년 전에는 이 모든 일이 자원봉사자의 손을 빌려야만 했다.

처음에는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았다. 자생원 식구들과 제주도에 놀러가기로 한 날, 주변에서는 걱정을 많이 했다. “비위도 약하면서 네가 할 수 있것나?” 하는 걱정이었다. 밥숟가락을 떠서 자기 입에 가져가는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장애인들과 같이 밥을 먹다가, 오히려 그들에게 상처 주는 일이 생길까봐 은근히 걱정돼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2박 3일간의 제주도 여행은 지금까지 가장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은 하도 오래 자생원을 드나들다보니 아이들과 껴안고 좋아합니다. 솔직히 봉사라카는 거이 내 자신을 위해 하는 거지 넘을 위해 하는 게 아니라예.”

봉사를 통해 보람을 찾고 자신을 성장시켜 온 산 경험담이다. 착하디착한 남편이지만 가끔 말다툼을 한 날도, 일단 약속된 봉사활동이 있어 집을 나서면 나쁜 기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단다. 밖에서 즐겁게 활동을 하고 돌아가면 아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어버려서 다툼이 크게 번질 틈이 없었다고.

직행버스 기사를 하는 남편은 박총무의 가장 든든한 백그라운드다. 때로 1박2일 교육을 가도 “가서 좋은 교육 듣고 오니 좋지.”라며 지원해 준다. 중매 한 달 만에 결혼을 했기에 살면서 알아가게 됐지만, 알수록 진짜 착하고 순한 사람이라는 것이 감사하다. 두 아들도 크게 애먹이지 않고 착하게 자라 제몫의 일을 감당하고 사니 그 또한 감사하다.

“요번에 남편이 아프면서 이 두세 달이 조금 힘들었지, 재미있게 인생을 살아온 것 같아예. 병원을 다니다보니까, 가족이 건강한 게 모든 일의 바탕이라는 걸 알았지예.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봉사활동을 계속할 거라예.”

그의 밝음이 주변을 밝게 하는 걸까, 봉사의 기쁨이 그를 밝게 하는 걸까? 그의 웃음 많은 얼굴이 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자원봉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혜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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