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을 한국 대표 도시로 만든 문화인류학자
통영을 한국 대표 도시로 만든 문화인류학자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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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RCE 박은경 이사장

“시장님, 통영에 유엔 지속가능발전교육센터를 세우시겠어요?”

어쩌면 우발적이기까지 했던 이 한 마디가 통영 RCE의 시작이었다. ‘RCE’란 유엔 산하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교육거점 도시’를 말한다.

문화인류학 박사인 박은경 이사장은 당시 유엔대학의 고등교육원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 중심센터를 만들 곳을 섭외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던 터라, 가는 곳마다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던 중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통영에 오게 된 박은경 이사장은 그림 같은 바다와 섬을 보고 첫눈에 반해, 당시 진의장 시장에게 불쑥 RCE 설립을 건의했었다. 환경부와 경남도, 통영시가 함께 출자하는 대규모 교육거점 센터가 용남면 바닷가에 세워졌고, 통영시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8번째로 유엔의 교육거점도시가 됐다.

지금은 ‘세자트라숲’으로 알려져 있는 이 센터에서 지난 15년간 통영시는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을 도입해 실행하고 있다. ‘교육으로 여는 녹색미래 유엔환경교육도시 통영’을 목표로 환경교육을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운영해 왔다. 통영 이후에 창원, 인제 등 5개 도시가 RCE 도시가 됐지만 통영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 통영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세계적으로도 아주 모범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비형식교육인 지속가능발전교육은 형식교육인 학교교육과 협업하는 게 중요한데, 통영은 학교 동아리가 활발하게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학생들이 자기 앞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들을 찾아나가고 있으니까요.”

2005년 RCE가 통영에 설립된 지 5년 만인 2010년에 통영RCE는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을 출범했다. 2012년 박은경 이사장은 ‘세상을 바꾸는 5일간의 착한 교육 축제’라는 슬로건 아래 세계RCE총회를 통영에서 개최하는 데 주역을 담당했다. 인구 14만의 작은 도시에 지속가능발전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미래 비전을 정립하고 향후 실천 과제를 담은 ‘통영선언문’을 채택했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 친환경대상에서 교육부문 유일 수상의 영광을 안았으며 2015년에는 한국 최초 지속가능발전센터인 ‘통영RCE세자트라숲’을 개장하여 한국을 넘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있다.

2019년에는 유네스코심포지엄을 통영에 유치하여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이 유네스코심포지엄은 유네스코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국제회의였어요. 세계 각국의 위원들이 통영의 아름다움과 멋진 교육센터, 프로그램에 놀라고 갔습니다. 통영 RCE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최고를 자랑할 만합니다.”

통영교육상 시상식

지난 3일, 지난 15년의 수고의 결과로, 박은경 이사장은 통영교육상을 받았다. 해마다 통영교육발전을 위해 헌신한 사람에게 주는 영예로운 상이다.

박은경 이사장은 이날 수상소감을 통해 “RCE에게 상을 준 통영시를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통영시가 지속가능발전교육이 무엇인지를 인지했기 때문에 준 상이므로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경제발전만 쳐다보고 오다가 숱한 부작용으로 지구와 환경을 망가뜨렸다. 이제 더 이상 경제발전이 최고의 가치이던 시대는 지났다. 삶과 가치 곳곳에 공존과 협업의 개념이 뿌리내려야 한다.

문화인류학자로서, 박은경 이사장은 인류학의 베이스를 가지고 공존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지난 2015년에는 외교부 수자원대사로서, 한국에 세계 7차 물포럼을 주관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RCE 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은경 이사장의 거주지는 서울이다. 인터넷으로 하나된 세상이니 RCE의 결제는 온라인으로 하지만, 이사회 때나 크고 작은 행사 때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통영에 온다. 이달에는 매주 통영에 와야 한다.

세계인들을 초대하기에 교통이 불편하다는 게 흠이지만, 통영에 올 때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RCE 한국거점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통영은 전세계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도시입니다. 물길마다 살아 있는 이순신의 역사, 전혁림, 윤이상, 박경리 유치환 등 끝없이 나열할 수 있는 문화 자산, 아름다운 자연, 이 3가지는 통영만이 갖고 있는 엄청난 자산이지요.”

RCE를 설립하던 2005년 통영명예시민이 된 박은경 이사장은 통영 거주민보다 통영의 가치를 더 잘 아는 통영시민이다.

유네스코 심포지엄을 통영에서 열었다. 
유네스코 심포지엄을 통영에서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