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가을이 되면 독감 예방 접종을 하라는 전달을 받기는 하지만 수년간 이 핑계 저 핑계로 맞지 않았다. 이는 몇 년 전 딱 한번 독감예방 주사를 맞고는 감기에 걸려 고생을 많이 한 기억 때문이었다.

친분 있는 의사의 강권에 예방접종을 하게 되었다. 심한 운동을 삼가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우나도 하지 말라고 한다. 이틀간은 집에서 쉬기로 하고, 저녁에는 올가을 처음으로 난방도 하였다.

아직은 감기가 오지 않았으니, 예방 접종이 잘되어 항체가 생기길 기다리고 있다. 올 겨울은 이 예방접종으로 독감 없는 계절로 무사히 넘어 가길 바랄 뿐이다.

가만 생각하니 65년을 무탈하게 지냈으나, 이제는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챙겨야 할 시기가 왔다. 그러나 예방이란 것이 참으로 쉽지 않은 것 같다. 미래에 닥칠 불행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우리들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데도 그게 쉽지 않은 것은 그러한 질환 또는 불행이 나에게는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인공뼈, 인공장기(人工臟器) 그리고 인간 게놈프로젝트까지의 과학발전과 의술발전은 인간의 100세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제 인간 미래의 불행을 종합적으로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예방책도 나옴직하다. 건강에 대한 종합적인 개인별 맞춤형 건강대응책 그리고 그에 맞는 예방 접종으로 이어가면 인간은 질환으로 인한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건강 다음으로 우리에게 닥칠 불행은 어떤 것이 있을까? 금전 부족, 지식 부족, 인간관계의 소외 등이 생각난다. 이러한 건강 외적인 것에 대한 예방적인 조치는 불가능할까?

혹자는 저축하고, 공부하고, 대인관계를 잘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그리 쉬운 일인가?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하고, 더 욕심내고 싶은 부분이 있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것에 대한 예방 접종도 필요는 한 것으로 보인다.

인류가 행복하게 지구촌에 살아가는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건강과 건강 외적인 불행을 사전에 예측하고 이에 대한 예방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인간의 수명을 예측하고 삶 중간에 발생할 질병을 미리 알 수도 있고 그 예방책도 처방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건강 외적인 요소인 돈, 지식 그리고 인간관계까지를 예측하거나, 부족함에 대한 예방책은 없어 보인다. 아니 없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스로 노력하여 성취하는 것이 보다 차원 높은 자신의 예방 접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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