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통영의 소설가, 이순신에게 길을 묻다
공부하는 통영의 소설가, 이순신에게 길을 묻다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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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과 칼을 비추는 달’ 작가 김병룡

통영의 소설가가, 통영에서 일어난 임진왜란 최고의 전투 한산대첩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 김병룡(64) 작가의 ‘활과 칼을 비추는 달’이다. 소설의 제목은 이순신 장군의 오언시 ‘수국에 달이 저무니’의 마지막 구절 ‘새벽달 무심히 활과 칼을 비추네’에서 따왔다.

지난 14일 공작뷔페에서 연 출판기념회에서 유익서 소설가는 “이순신은 한국작가라면 누구나 탐내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가들이 쓰다가 중도에 뜻을 접는데, 그 이유는 방대한 사료, 해전 육전에 대한 전쟁지식, 세계해전사의 의미들을 파악하기에 너무 벅차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통영의 작가인 김병룡 소설가는 통영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에 감안해 복잡한 사료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소설을 썼을 뿐 아니라 남월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내 이순신 장군의 고결한 성품을 드러냈다.”고 축사했다.

이미 수많은 이순신 관련 서적이 나와 있지만, 김병룡 작가는 한산대첩을 중심으로 한 이순신을 새롭게 조명했다. 김작가는 “충무공의 여러 면모 중에서도 특히 애민애족 정신과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고자 노력했고, 지금까지 여러 소설에서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 삼도수군 통제영시절의 일화 위주로 꾸몄다.”고 말한다.

소설 속에서 이순신은 통제영시절 내내 겪어야했던 물자 및 병력 부족, 군량부족, 역병창궐 등 치명적인 역경을 이겨나가는 지도자의 탁월한 면모를 보여준다. 난중일기를 토대로 중요한 포인트와 흐름을 잡고, 특히 당시의 한중일 3국의 전쟁 심리와 힘의 논리를 부각시키면서 현재와 미래를 비춰주고 있다. 인간 이순신의 내면세계를 가장 리얼하게 그려내기 위해 애를 쓴 만큼, 시인으로서의 이순신도 비교적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김병룡 작가가 소설가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다. 맛깔스러운 문장의 매력, 소설의 묘미를 알게 된 문학소년은 책속에 빠져 살았다. 그러나 온 나라가 가난하던 시절, 그는 한가롭게 소설을 쓸 여유가 없어 공무원이 됐다.

김병룡 작가는 영남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다. 

25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그는 같은 공무원이던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아들 둘을 키우면서 젊은날을 보냈다.

그 사이에도 틈틈이 책을 읽고 이런저런 자료를 모으며 소설을 썼지만, 직장 있는 가장이 작정하고 소설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속에 움트기 시작한 이야기들은 팽팽한 애드벌룬처럼 부풀어올라 날아오르려 아우성쳤다.

마흔다섯, 한창 진급을 다툴 시기였지만 그는 작가가 되기 위해 공무원을 그만뒀다.

“그래도 맞벌이를 했으니까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됐을 때예요. 집에서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 거죠.”

그는 하루 종일 소설에 매달렸다. 아내가 출근하기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서, 퇴근해오면 같이 밥만 먹고 다시 소설을 쓸 정도로, 하루에 15~16시간씩 글에 매달리는 나날이 지나갔다.

인내는 열매를 맺는 법. 그는 1년 만인 2001년 ‘월간 조선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소설가가 됐다. 마흔여섯 살, 늦깎이 등단이었지만, 연이어 단편소설집 ‘역마(조선문학사)’, 장편소설 ‘잃어버린 꽃의 향기(문학사상사)’, ‘은하의 남쪽도시(계간 문예)’ 등의 책을 내며 소설가로 자리잡았다.

예순을 넘어서면서, 그는 또 하나의 도전을 감행했다. 대입 수시에 응시, 영남대학교 국어국문과에 입학한 것이다. 그는 지금 3학년에 재학중이다.

“어린 친구들과 같이 대학에 다니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젊은 친구들하고 같이 공부하다 보니까 젊어집니다. 1~2학년 때는 같이 술도 하고 재미있게 지냈는데, 3학년이 되고 나서는 너무 할 일이 많아 잘 못 어울리고 있어요.”

소설가인 그는 학생들처럼 학교 공부에만 매달릴 수 없다. 수업이 끝나고 원룸으로 돌아가면 쓰던 소설과 읽어야 할 책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쓴 소설을 시나리오로 바꾸는 작업도 하고 있다. 마감에 맞춰 보내야 할 시도 있고, 과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만학도이기 때문에 오히려 과제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그래도 명색이 글을 쓴다는 사람이 형식은 갖춰 내야하잖아요.”

60대의 시간은 시속 60km로 달린다고 했던가? 주중에는 경산의 원룸에서, 주말에는 통영의 집에서 지내는 김병룡 작가의 나날은 바쁘기만 하다.

“이 책에 이어 명량과 노량해전을 다룬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료는 이미 확보해 두었다. 후속작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내면적 갈등을 통해 구체화할 작정이다.

그 외 광활한 바다 위에 뜬 섬, 매물도 등대지기에 대한 소설도 쓰고 있다.

“매물도에는 육지 생활에서 상처를 입고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 세 명의 등대원이 거주합니다. 각박하고 이기적인 세상과 순박하고 인정미 넘치는 친자연적 공간의 대비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할 것이 무엇이며, 참다운 인간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퍼낼수록 맑은 물이 나오는 옹달샘처럼, 김병룡 작가는 역사와 시간 사이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맑은 가치를 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