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명의 문학 영재들 지난 9일 수료식과 함께 시집 발간

▲ 지난 9일 통영RCE세자트라숲에서 열린 통영청소년문학아카데미 제4기 수료식 기념촬영.

국으로 편지를 보내야지
국화꽃 옆에서 만나자고

마음이 바빠진 나는
눈동자가 빨개진 줄도 모르고
붉은 종이꽃을 하늘로 날린다

뭉게구름이 뭉실뭉실 손을 흔들고 있다

-제석초 3 박시연-

‘붉은’이라는 주제를 줬을 때 시적 화자가 천국으로 간 엄마를 그리면서 쓴 시의 끝부분이다. 초등학교 3학년의 말 다루는 솜씨가 놀랍다. 이 시는 ‘가을의 감정은 응축되거나 붉어지거나’라는 시집에서 ‘올해의 좋은 시’로 내민 작품이다.

시집의 표제는 초등학교 4학년 김민준 군의 시에서 따왔다. 초등학생의 언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표제다. 그러나 이 학생들을 지도한 강재남 시인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런 언어들이 튀어나온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맑은 영혼으로 철학적인 생각을 진지하게 하는지, 어른이 생각하는 ‘동심’ 속에 아이를 묶어두지 말고 마음껏 사유하도록, 마음껏 쓸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면 놀라운 생각들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이 시집은 지난 1년간 통영청소년문학아카데미의 결실로 나왔다. 통영시 청소년 작가들의 역량을 키우는 통영청소년문학아카데미는 올해로 4년째 세자트라숲에서 미래작가들의 꿈을 엮어내고 있다.

“문학아카데미 덕에 통영시민이 된 것을 날마다 감사하고 있습니다.”

“교육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통영 아니면 어디서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요?”

자작시를 낭송하는 작은 시인

“학부모들 사이에서 신경전이 대단합니다. 해마다 치르는 콘테스트에 우리 애가 떨어지면 어쩌나 가슴을 죄며 기도를 하기도 하지요.”

청소년문학아카데미 학부모들의 증언이다. 꽃피는 봄에 콘테스트를 거쳐 단 25명이 시작하는 문학 수업. 매주 토요일마다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에는 지각하는 학생도, 결석하는 학생도 없다. 두 번 결석하면 탈락되는 규정 때문만은 아니다. 학생들은 수업이 재미있어서, 한 번 빠지는 게 아까워서 결석을 안 한다. 학기 중간에도 행여 빈자리가 날까 대기하며 기웃거리는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야속할 정도로 아쉬운 일이다.

“친구들의 글을 보면서 ‘와 어떻게 저런 표현이 나오지?’ 하고 놀랄 때가 있어요. 계속 형상화 수업을 하는 시인 선생님 덕분에 서로 역량이 쑥쑥 좋아지는 것을 느껴요.”

3년째 수학중인 고1 여학생의 증언이다.

“글이 무엇인지, 시가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쓸수록 어려워요.”

글 앞에서 경외감을 갖는 아이들. 이 학생들은 지난 1년간 개천예술제를 비롯한 전국의 백일장을 휩쓸었다.

꽃 한송이로 축하하는 수료식

지난 9일 통영RCE세자트라숲에서 열린 제4기 수료식은 그야말로 축제의 시간이었다. 5명으로 된 한 조씩 수료장을 받으면 친구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꽃을 증정하며 축하해 주는 시간, 1년간의 수고와 배움을 자축하는 학생들의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했다.

“심성이 곱지 않은 사람은 글을 쓸 자격이 없다.”는 가르침을 늘 받아온 학생들은 진심으로 축하하며 서로를 축복했다.

올해 통영청소년문학아카데미는 <붉은>이라는 중심 테마로 다양한 글짓기 및 창작 활동을 했다. 학생에 따라 ‘붉은’은 불꽃이 되기도 하고 노을이 되기도 하고 꽃이 되기도 했다.

이번 수료식에는 특별히 역대 통영청소년문학아카데미 문집의 표제를 장식한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표제상’이 수여됐다. 이미 지나간 책이지만 그 수고와 빛나는 영감을 축복해 주고 싶어서다.

2017년 ‘고개를 든 나비’의 류연미, 2018년 ‘하늘을 훔친 쌍둥이자리’의 이나연, 올해의 김민준 학생이 표제상을 받았다.

통영시인재육성기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통영청소년예술아카데미에서 예향 통영의 문학정신을 이을 문학 꿈나무들이 성큼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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