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영 공방의 활을 되살려내다
통제영 공방의 활을 되살려내다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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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 하나뿐인 궁장 통영전통궁시연구소 김동원 대표

통영전통궁시연구소 김동원(70) 대표(장군정 사두)가 대한궁도협회(회장 박종인)로부터 공인인정서(제2019-45호)를 받았다. 김동원 대표가 만드는 활이 대한궁도협회의 공식 경기에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활을 만드는 사람은 ‘궁장’이라고 하고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시장’이라고 하는데, 경남에서 전통활을 만드는 궁장으로서 인정받은 건 김동원 대표 하나뿐이다. 그나마 시장은 경남에 한 사람도 없다.

“활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은 아주 오래 전에 했어요. 20대 때니까 50년 가까이 됐네요. 마산에서 전국체전이 있었는데, 운동장 뒤편 궁도장에서 활쏘기 경기를 보는데, 활에 먼저 눈이 가더라고요.”

통영은 임진왜란 당시 통제영에 12공방을 설치하여 전쟁 물자였던 총통, 활, 화살, 활집 같은 군수품을 만들었던 역사적인 곳이다. 청년 동원은 활쏘기 경기를 보면서, 지난날 통제영 12공방에서 제작한 활의 맥을 잇고 싶다는 생각을 불현듯 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데는 오랜 세월이 지나야 했다. 활을 만들어서는 밥 먹고 살 수 없다는 현실적인 장벽이 막연한 꿈으로 남게 만든 것이다.

젊은날, 김동원 대표는 건설업을 했다. 점점 사업의 규모가 커져 종합 건설회사 법인을 네 개나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하던 50대 초인 2000년, 실제로 활을 잡고 쏘는 궁도인이 됐다.

“궁도는 정적인 운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온몸의 근육과 기를 다 사용하는 운동입니다. 용천혈이 바닥에 딱 닿게끔 비정비팔(궁도의 자세)로 서서 땅의 기운을 받고, 활을 걸고 온 장기가 다 펴지도록 호흡을 합니다. 땅의 기운을 받고 하늘의 기운을 받고 몸을 좍 펴서 시위를 당기면, 몸과 마음이 맑아지지요. 활을 잡는 왼손이나 깍지를 끼는 오른손이나, 양쪽 손이 다 지압이 되니 그것도 좋습니다.”

궁도는 막연히 갖고 있던 호감 이상의 매력이 있었다. 날마다 활터에 가서 살다시피 하며 활쏘기에 빠져들던 어느 날, 김 대표는 직접 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활을 쓰다 보니까 마음에 맞는 활을 만나기가 어려운 겁니다. 직접 좋은 활을 만들어서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을 연구하기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전국의 궁도장을 찾아다니면서 파손된 각궁 100여 장(개)을 수집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돈을 주고도 좋은 활을 구입하기가 어려웠다. 버려진 활들을 해체하여 재료들을 연구한 결과, 궁장들마다 제궁 방법이 다른 점을 발견했다.

문헌을 연구해 가며 전통활 제조법을 되살리기도 하고, 궁장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마산에서 각궁을 만드시는 분이 계셨어요. 그분한테 3년을 배웠지요. 1년은 내가 마산에 가서 배우고, 2년은 그분을 집으로 모셔 와서 배웠습니다. 처음 만들 때는 중국에서 물소 뿔을 수입해 와서 하느라 어려움이 있었지요.”

재료 준비부터 무엇하나 쉬운 일이 없었지만, 좋은 활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은 그뒤 20년 세월을 매진하게 할 만큼 컸다.

“우리 전통활인 각궁은 찬바람이 나는 11월부터 3월까지만 만들 수 있습니다. 물소뿔을 붙이는 데 사용하는 민어부레풀이 날씨가 더우면 상해버리기 때문이지요.”

민어부레로 만든 풀이니 결국은 생선 내장이다. 김동원 대표는 재료뿐 아니라 과정마다 전통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두고 활을 만들어 나갔다.

“문헌 속에 나오는 우리 전통 활은 모두 7가지예요. 그러나 지금까지 전하는 건 물소뿔로 만든 각궁과 소뿔로 만든 후궁뿐이지요. 소뿔은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신, 물소뿔보다 길이가 짧아 끝에서부터 한 뼘 정도는 뿔이 없어요.”

각궁은 사용한 다음에 보관하는 것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활을 쓴 다음에 그냥 걸어놓으면 안 되고 반드시 습을 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장마철 같은 때는 활 기능을 하지 못 합니다. 옛날에는 군불을 땐 방에 요를 깔고 활을 놓아두어 습을 뺐지만, 요즘은 히터를 놓거나 열선을 장치해서 외부 온도보다 1~2도만 높여주면 습이 잘 빠집니다. 활터마다 습을 빼주는 점화장이 다 있을 정도지요.”

수십 가지의 공정을 거쳐, 완성하는 것도 힘들지만 보관과 관리도 어려운 것이 각궁이다. 김동원 대표는 “정성과 성의를 다해서 활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20년을 정진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궁사들은 김동원 대표의 각궁을 찾았다. 궁사들로부터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김대표는 점점 더 자신감을 얻었다.

“각궁은 쏘는 맛이 달라요. 아주 인체공학적으로 생겨서 쏘는 사람에게 무리도 안 갑니다. 활이 탄력을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팔목을 다친다든지 어깨가 아프다든지 하는 게 없어요.”

전통 각궁을 되살려내면서, 김동원 대표는 각궁 예찬론자가 됐다.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각궁은 매력적인 활이었다.

“가격이 비싸 1960년대에는 개량궁이 나왔지만, 각궁과 비교할 수가 없어요. 개량궁은 다소 둔탁한 소리를 내며 화살을 보내는데, 이 개량궁을 보리밥이라 한다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뻗어나가는 각궁은 기름진 쌀밥 같다고 할까요?”

통제영 공방의 각궁을 되살려내는 손길, 하늘과 땅의 기운, 통제영의 정기가 김동원 대표의 손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