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양식과 반평생, 지홍태 굴수하식조합장
굴양식과 반평생, 지홍태 굴수하식조합장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9.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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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홍태 조합장.

새벽 4시. 몸에 밴 습관에 따라 지홍태(73) 굴수하식조합장은 눈을 뜬다. 간단한 운동과 샤워로 일과 준비를 마치고는 굴양식장으로 나간다. 깊은 바다 속, 자식 같은 굴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을 부자 위로 희뿌옇게 날이 밝아온다.

지난 3월 조합원 960명의 굴수하식조합의 조합장이 되어, 이제 그의 근무지는 용남면에 있는 굴조합이다. 그러나 그는 반평생 일궈온 양식장부터 둘러보며 일과를 시작한다.

일제식 뗏목에서부터 시작한 굴양식의 세월이 어느새 50년을 훌쩍 넘겨버렸다. 처음 양식을 시작했던 북신만이 매립되고 양식장을 옮겨가면서 바다를 일궈온 통영의 굴양식사가 그의 개인사다.

“1960년대에 굴 양식이 시작됐어요. 우리 집도 거의 초창기에 양식을 시작했지요.”

통영의 굴은 알이 굵고 영양이 풍부하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장점이 마치 인공적으로 키워낸 것처럼 여겨져 소비자들이 오해를 하는 면도 있다.

“양식이라고 하니까 사료 먹이고 항생제 투입해서 키우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굴은 그게 아닙니다. 좋은 바다에 시설을 해서 자연적으로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굴이 스스로 양분을 먹고 자랍니다.”

물이 들었다났다 하는 곳에서 키우면 알이 작고, 24시간 물속에서 키우면 알이 커지는 것일 뿐 인위적으로 키우는 게 아니니 수하식굴은 그대로 자연산이다. 크기도 크고 영양도 많아, 오히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한 마리가 20g 이상인 큰 굴을 선호한단다.

굴패각 문제 등 조합의 산적한 문제를 공부해야 한다. 

어떤 바다에 어떤 깊이로 내려야 굴이 더 잘 자라는지, 어떻게 해야 홍합 같은 훼방꾼이 붙지 않는지를 연구하며 그는 굴과 함께 반평생을 지냈다.

그리고 여섯 번째 도전 끝에 조합장이 되었다.

“굴조합이 생기고, 내가 5번째 조합원입니다. 이제는 원로 중에 원로지요. 최연소 이사 기록을 세웠었는데, 이제는 최고령 조합장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연이은 고배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조합장에 도전했던 이유는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굴양식 현장을 잘 알고 있기에 그는 현장중심의 경영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경영혁신과 소통 강화, 굴 산업 스마트 기반 구축, 굴 산업 지원 강화, 지속 성장을 위한 공격적 경영, 조합원 복지 환원 사업 확대’는 그가 조합장 선거 당시 내걸었던 5대 공약이다. 당시에 만들었던 선거공보를 서랍 속에 간직해 두고,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지홍태 조합장이 가장 먼저 매달린 건 통영 굴양식의 뜨거운 감자인 굴 껍데기 처리 문제다.

“굴패각이라 하니까 마치 쓰레기처럼 여겨지는 게, 어감이 좋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 조합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모두 ‘굴 껍데기’로 쓰기로 했습니다.”

‘패각’의 ‘패(貝)’는 조개라는 뜻이지만, ‘폐(廢)’와 발음이 비슷해 단어부터 버린 것이다.

“굴 껍데기는 바다에서 온 유기물이니 바다로 돌려보내는 게 가장 좋습니다. 이미 2007~2008년에 경상대학교에서 통영 앞바다 세 군데에 굴 껍데기를 넣어 바다에 피해가 있는가를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어업피해가 하나도 없다고 나왔습니다. 해도(海圖)에 보면 ‘sh’라고 해서 조개껍데기로 이루어진 구역도 많이 있어요.”

수산고등학교 어로과 출신으로 항해사 경험도 갖고 있는 그는 조개의 일종인 굴 껍데기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관련법상 굴 껍데기는 ‘산업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바다로 보낼 수가 없다. 처리나 운반비용 때문에 재활용도 쉽지 않다.

지난 3월 조합장 선거에 당선됐다.

조합장이 된 다음 그는 해수부나 환경부로 뛰어다니며 용남면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굴 껍데기를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뛰어다녔다.

“욕지도 앞바다에서 모래를 파내가 어마어마한 웅덩이가 생겼습니다. 그 때문에 생태계도 교란되고 환경문제가 심각합니다. 이 해역을 복구하는 데 굴 껍데기를 사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로 지정된 욕지도 해상에서는 수년간 모래 채취가 이루어졌다. 어민들은 피해를 호소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했고, 지난 3월 28일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 민관협의체에서 몇 가지 합의를 이뤄냈다. 이 합의 중에 ‘굴 패각을 활용한 시범사업 등 골재채취 해역의 복구, 생태계 복원, 수산자원 조성 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굴 껍데기를 해저 웅덩이 복구에 이용할 구체적인 시범사업 기본계획이 5월 16일 수립됐고, 사업비가 확보되는 대로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 정부는 재원 확보를 위해 관계부처간 협의중이다.

“만약 이 시범사업이 잘 이루어진다면, 현재 쌓여 있는 굴 껍데기가 다 들어가고도 남아요. 한없이 남지요. 재활용하고 자원화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바다로 돌려보낼 것은 돌려보내고.”

굴 껍데기 문제 해결이 코앞이지만 지홍태 조합장은 마음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냉동냉장 공장도 만들어야 하고 금융사업도 해 굴조합을 더 풍요로운 조합으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조합을 잘 먹여 살리는 게 내 일입니다. 어렵게 된 만큼 열심히 해볼랍니다.”

바닷속에서 굴 알이 여물어가듯, 굴 조합원의 꿈을 어깨에 멘 지홍태 조합장의 하루도 여물어간다.

굴축제에서 새로운 메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홍태 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