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밭에서 보리만치 자라는 게 잘피입니다. 난이 커올라오듯이 큽니다. 우리 마을 앞은 물이 맑고 청정해서 잘피가 깨끗합니다.”

화삼리 선촌마을 김재은 이장의 말이다.

거북이, 해우, 성게, 게 등 수백 종의 해양생물이 먹이로 먹는 잘피는 바닷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물고기가 알을 낳아 부착하기도 하고, 물의 흐름을 느리게 하여 독소를 가라앉히기도 한다. 해양침식을 막아주기도 하고, 해양 박테리아를 제거하기도 하고, 바다에 녹는 co2도 뿌리에 저장해 지구온난화도 막아 준다.

그러나 해양쓰레기와 수질 변화로 자생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잘피는 세계적인 보호종이 되었다.

지난 2017년 11월, 용남면 어촌계와 환경운동연합은 이순신공원앞 바다부터 견유마을까지 총 20ha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했다가 주민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당시 주민들은 “그린벨트가 해제된 지 몇 해 되지도 않았는데, 블루벨트(blue belt)가 웬말이냐”며 반발했었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것이 일종의 ‘바다 그린벨트’ 설정이 되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의혹들을 되짚어보기 위한 모임이 지난 20일 통영RCE 세자트라숲에서 있었다. 통영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용남면 화삼리 선촌마을어촌계, (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와 함께 연 ‘해양보호구역 소학당’이다.

이날 강사로 나선 장용창 (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은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해양폐기물수거, 해양오염 저감시설, 생태탐방 및 휴양시설 등 지원을 통해 자연도 보존되고 주민들의 삶도 윤택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7조에 의하면, 해양보호구역에서는 멸종위기종 물고기를 잡는 행위와 해수면 위에 허가 없이 건축물을 짓는 행위, 쓰레기 등을 버리는 행위가 금지된다. 그러나 이런 행위들은 해양보호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금지되는 것이다.

반면에 해양보호구역 주민의 지원에 대해 밝히고 있는 제34조에서는 해양보호구역으로 설정되면 해양폐기물, 쓰레기 수거 사업비 지원을 비롯해 해양오염 저감을 위한 시설사업비, 주민 지원사업비를 지원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인접 지역을 탐방 또는 휴양 장소로 개발할 수 있으며, 주민을 위한 공공시설과 편의시설도 설치할 수 있다.

장용창 소장은 “어민들이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좋은 점이 더 많다.”며 해양보호구역 지정으로 ‘생태관광’의 메카로 성공한 제주도의 ‘동백동산’을 성공적인 사례로 들기도 했다. 아무도 관심이 없던 제주도 곶자왈이 람사르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생태관광 메카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했다는 것이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한동욱 PGA습지생태연구소장은 “최근 조사를 통해 선촌마을 앞바다에서 최고 6만㎡ 이상의 잘피밭이 보고됐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해양보호생물종인 애기거머리말, 거머리말, 해호말 등의 서식이 확인되어 람사르습지로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람사르습지는 생물 지리학적 특징이 있거나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람사르 협약’에 의해 지정하는 습지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창녕 우포늪, 순천만 보성갯벌, 대부도갯벌 등 람사르습지가 꽤 된다. 람사르습지로 인증되면 국제적으로 친환경 이미지로 여겨지는 람사르협약 로고를 지역 수산물 판매나 생태관광 홍보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지자체마다 관심이 높다.

그는 “전 세계 해양보호구역을 30%까지 확대할 경우 2050년까지 4,900~9,200달러 순이익, 15~18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생물량 및 어획량이 증가해 관광수입도 증가하며, 주민 보호활동 지원금도 받을 수 있어 생태계와 주민 모두 혜택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통영환경운동연합의 지욱철 공동대표는 “2016~2017년에 해양수산부 산하의 해양환경공단에서 선촌마을의 잘피군락지를 조사했을 때 50만평에 걸쳐 있었다.”고 말했다. 대충 둘러본 게 아니라 배를 타고 현장을 직접 가 보고 수중에 들어가 확인하기도 하고 통발을 넣어 생물도 확인한 결과란다. 잘피가 많다는 건 그만큼 해양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김재은 선촌마을 이장은 “우리 마을 앞바다가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제2의 새마을운동처럼 멋진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통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