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세상을 이어주는 든든한 징검다리
장애인과 세상을 이어주는 든든한 징검다리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9.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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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만드는 심리상담사 박미자 원장
박미자 원장

이번 한산대첩축제에서 시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의미를 가장 잘 살린 프로그램으로 ‘버블코스프레 퍼레이드’를 꼽는 사람이 많다. 올해 두 번째로 진행된 이 퍼레이드는 참가자의 다양한 층위와 준비가 잘 된 퍼포먼스, 친환경축제에 잘 맞는 질서와 환경의식 등에서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2년째 이 퍼레이드를 만들어 내고 있는 사람은 명정동에서 심리운동발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박미자 원장이다. 장애아동들의 발달재활, 아동·청소년의 심리지원, 취약 장애인의 여가 지원을 하는 특수심리상담사이자 사회복지사다. 심리상담사가 축제 메이커가 된 사연은 무얼까

버블코프스레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는 박미자 원장

“제가 장애인 관련 일을 하기 전에 먼저 했던 일이 레크레이션 지도사였어요. 함께 레크레이션을 하던 팀과 자원봉사를 다니다가 장애인에 대한 마음이 생겨 나중에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된 거지요.”

용남면에서 태어나 충렬여중고를 졸업한 박미자 원장은 레크레이션 지도자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십대 때 레크레이션 지도자로 같이 활동했던 지인이 한산대첩축제의 버블코스프레 퍼레이드를 기획하면서 실행자로 박미자 원장을 추천했던 것.

“처음 버블코스프레를 제안받았을 때, 모두 주인공이 되는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노인, 어린이, 장애아동 등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퍼포먼스로 꾸미는 코스프레를 생각하니 너무 신이 났어요.”

첫해에는 인식이 부족해, 거리 행진에 중점을 두고 걷기만 한 팀이 많았다. 그러나 그중 몇 팀이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퍼포먼스를 벌였고,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마음속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작년에 출연했던 팀은 더 나은 스토리와 퍼포먼스를 준비해서 거의 다 다시 나왔어요.”

단 한 번의 맛보기로 진일보한 팀과 조금 더 조직적인 운영으로 올해 버블코스프레 퍼레이드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축제의 변방에 있던 장애인들이 용기를 내 전동휠체어를 타고 행진을 하고, 구경꾼이었던 시민들이 팀을 구성해 출연했다. 신청 마감 뒤에 손을 든 팀도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행렬의 뒤를 따랐다. 전체 참가자 수가 갑절이 늘었다.

“경연 형태라 자칫 다른 팀은 무시하고 과열될 수도 있었지만, 모든 팀이 제가 주문한 대로 질서를 지키고 간격을 유지하면서 다른 팀의 퍼포먼스를 응원하는 등 끝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올해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해서 물도 준비해 주지 않았는데, 모두 협조해 주셔서 성숙한 프로그램이 됐습니다.”

박원장이 운영하고 있는 누리사랑교육원에서도 북포루 날다람쥐라는 이름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아이들이 함께 참가했다. 북포루 날다람쥐는 이 축제를 위해 공모사업에 응모, 6대 1의 경쟁을 뚫고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의 지원도 받았다. 코스프레 경연에서는 3등상도 받았다.

코스프레에서 1등을 한 태사랑 태권도

“1등을 한 태사랑 아이들은 이 기억 하나만 가지고도 너른 세상을 살아갈 힘이 되겠다 싶을 만큼 준비를 많이 했어요. 저희는 3등을 했지만, 아이들이 열광하는 시민들의 박수를 받고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지요.”

장애아동들에게 세상과 악수하는 좋은 추억을 남겨 준 것이 축제 진행의 값진 소득이다.

‘박미자심리.운동발달센터’는 2009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통영, 거제, 고성을 통틀어 유일한 장애아동 심리 상담 운동재활치료 기관이다. 놀이와 미술치료를 하는 누리사랑교육원도 부설로 운영하고 있다. 교육원에 3명, 치료센터에 3명의 교사가 박 원장과 함께 아이들을 돌본다. 충렬사에서 명정고개 올라가는 외딴길에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는 이곳에서 장애아동들은 맨발로 잔디밭을 걷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하며 놀이를 통한 교육을 받는다.

“몸이 마음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 몸을 지배합니다. 운동발달센터에서 몸을 고쳐 집에 보냈는데, 다시 올 때는 몸이 비뚤어져 옵니다.”

박미자 원장이 운동발달로 몸의 장애를 바로잡는 것뿐 아니라 심리치료로 마음을 고치는 교육을 병행하는 까닭이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는 박원장은 그러나 2002년 동화구연지도자 자격증으로 시작해 아동미술심리치료사, 학교폭력전문강사, 특수심리 운동지도사, 푸드표현 상담전문가 등 30종이 훌쩍 넘는 자격증을 갖고 있다. ‘1년에 하나씩 자격증 따기’를 목표로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만물박사가 됐다.

“공부하지 않는 선생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늘 공부하려고 하다 보니 자격증이 많아졌네요. 다양한 아이들을 도우려면 갖고 있는 것만 가지고 가르칠 수가 없어요.”

늘 배우는 박미자 원장은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면서 새로운 보람을 배운다.

명정고개길에 있는 박미자심리운동발달센터
명정고개길에 있는 박미자심리운동발달센터
박미자심리운동발달센터 잔디밭에서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이 만든 모형새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