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점 계기로 통제영 해설 등 체험 프로그램 만들어야
세병관과 관아 건물, 통제사비, 12공방 등 수두룩

통영한산대첩축제 개막일인 지난 10일 오후 3도수군통제영 내 세병관에서 군점 재현행사가 열렸다.

군점은 조선시대 통제사가 통제영 소속 병사와 무기 등을 점검하는 군사점호로 통제영과 군선 정박지였던 수항루(현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이뤄졌다. 이 군점 재현행사는 한산해전 재현과 함께 한산대첩축제에서 빠져서는 안 될 대표 행사로 이어져 오고 있다.

통제영은 조선시대 충청.전라.경상 3도수군통제영의 약칭으로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난 이듬해 선조가 당시 직제에는 없던 삼도수군통제사 직제를 만들고 이순신 장군을 초대 통제사로 한산도에 최초의 통제영이 설치됐다. 현재의 통제영은 임란 후 이경준 6대 통제사가 1604년 이 곳으로 옮긴 이듬해 세병관을 세웠다.

이날 군점 재현행사가 열린 세병관은 정면 9칸, 측면 5칸의 웅장한 단층 건물로 경복궁 경회루와 여수 진남관과 함께 조선시대 건축물 중 바닥 면적이 가장 넓은 건물의 하나다. 현판에 새겨진 세병관은 만하세병()에서 따 온 말로 은하수를 끌어와 병기를 씻는다는 뜻으로 전쟁 없는 평화를 염원하는 조선수군의 마음이 담겨있다.

세병관은 통제영 내 가장 큰 건물로 현재 국보로 지정돼있다. 일제시대 민족정기 말살정책으로 통제영 대부분의 건물이 훼손되고 세병관은 당시 개교한 통영초등학교 건물로 사용되어 박경리 선생 등이 이곳에서 공부를 했다. 이후 학생 수가 늘면서 세병관 뒤쪽에 콘크리트 건물을 신축해 옮겼다. 이후에도 통제영 내 통영초등학교와 충렬여중고, 법원.검찰, 세무서 등이 들어섰다가 통제영 복원공사가 시작되면서 2005년 통영초등학교를 비롯해 모두 이전했다. 올해 109회 졸업생을 배출한 통영초등학교는 통영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군점 재현행사에는 동원고 1~2학년 학생들이 조선 수군과 장군 등의 역할을 맡아 참여했다. 오랜 전부터 지역 고교생들이 군점 행사에 참여해 체험하는 것도 하나의 전통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이렇듯 통제영은 통영의 역사와 문화적 뿌리이다. 건물만 복원된 통제영에 역사의 향기를 채워야 한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1천491일분 중 1천29일분을 쓴 한산도 통제영도 복원하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난중일기 필사본이라도 이 곳에 전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낡아 부서진 세병관 현판도 복원이 필요하다. 축제 때 군점 재현 장소로만 이용할 것이 아니라 두 개의 통제영을 제대로 복원하고 그 역사적 의미까지 후세에 전하는 일은 오늘 살아있는 통영인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통제영 내 세병관에서 최근 문화재 야행 프로그램은 시민들의 참여로 큰 인기를 얻었다. 국보 세병관의 조선시대 건축유형과 현판, 부속 관아들, 수십 기의 통제사비 등을 이용한 해설과 체험프로그램이 없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역사를 기반으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한산대첩축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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