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옻칠미술관 이진숙 초대전

오는 30일부터 8월 31일까지 통영옻칠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이진숙 작가

“문만 열면 바다가 있었어요.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웬만한 일은 다 해결됐지요. 바다가 다 위로해 주었으니까요.”

안정에서 태어나 바다를 놀이터 삼아 자란 소녀는 통영바다처럼 깊고 잔잔한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그 깊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과 입선, 개천미술대전 입선, 특선, 특별상, 최우수상, 경상남도미술대전 입선, 특선 2회 등 유화작가로서 착실히 자기 세계를 구축해가던 이진숙 작가의 이야기다.

이진숙 작가가 옻칠회화를 만난 건 2007년이다. 통영옻칠미술관의 김성수 관장이 나전칠기기법으로 회화를 그리는 ‘옻칠회화’를 고안하고, 통영미협의 화가 몇을 모아 아카데미를 열었을 때 이진숙 작가는 첫 번째 그룹의 제자가 됐다.

“옻칠의 물성을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옻칠은 힘 조절만 잘못해도 다시 작업을 해야 하는 예민한 작업이거든요.”

칠하고 건조하고 사포로 밀어내고 다시 칠하는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해야 하는 옻칠의 과정은 장인의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옻칠의 물성을 제대로 익히고, 자기만이 갖고 있는 개성을 살려 회화에 접목하는 것이 옻칠회화작가들에게 주어진 숙제다.

2017년 겨울, 이진숙 작가는 처음부터 옻칠회화와 함께 해온 서유승, 최은란, 김미옥 작가와 함께 한국현대옻칠회화회 창립멤버가 됐다. 당시에는 나이로 막내였지만, 지금은 쟁쟁한 후배들이 7명이나 들어와 고참이다.

이진숙 작가는 단순화한 구상과 기하학적인 면 분할로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는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오는 30일부터 8월 31일까지 한 달간 통영옻칠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초대전을 연다. 작가 자신으로서는 첫 번째 옻칠회화 개인전이고, 한국현대옻칠회화회로서는 최은란, 김미옥 작가에 이어 세 번째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에서 이진숙 작가는 옻칠의 물성을 완전히 파악하고 자신만의 옻칠회화를 그리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작품을 출품한다. 나전과 유채물감을 혼용해 옻칠회화의 특징을 잘 드러낸 ‘동피랑’과 ‘운하교 너머’, 자신의 심상을 이미지화한 ‘카타르시스’ 연작, 통영과 바다를 조형한 ‘모천회귀’ 연작 등의 작품들이 준비돼 있다.

모천회귀

통영옻칠미술관 관계자는 “이번에 전시되는 약 33점의 옻칠회화 작품을 통해, 이진숙 작가가 옻칠예술가로 변모하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옻칠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이진숙 작가의 이번 전시회가 “옻칠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급하고 우아하며 심오한 미의 세계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

다.”면서 “옻칠로서 터득할 수 있는 기술적인 완성도와 더불어 타 장르와 확연히 구별되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그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신항섭 평론가의 표현에 의하면 이진숙 작가의 작품은 “천혜의 어항 통영을 노래하는 서정적인 회화”다.

이진숙 작가의 선이 단순하고 개성 있는 건, 아이들에게서 오는 영감이다. 죽림 B.U.T.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진숙 작가는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면서, “고정관념이 자리잡기 전의 아이들의 창의력이 많은 영감을 준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는 작가와, 작가의 감탄으로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아이들은 서로를 성장시키는 동력이다.

20여 년 동안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아이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관찰한 이진숙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어린이들의 시선을 잘 담아냈다.

이진숙 작가는 꾸준한 창작활동과 더불어 동방대학원 옻칠조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등 옻칠예술에 대한 연구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서양화적 회화표현력과 옻칠 특유의 물성과 나전 등 전통기법을 하나로 묶어서, 자기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진숙 작가의 통영의 바다를 만나보자. 옻칠캔버스 위로 올라간 이진숙 작가의 바다를 맞닥뜨리면, 그가 만난 고향 바다의 위로와 문학적인 서정성을 우리도 조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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