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대첩기념사업회 최정규 집행위원장

68년 살아오는 동안, 술 한 모금, 담배 한 개비 피워 본 일이 없다. 핸드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동안 그 흔한 손전화 하나, 컴퓨터 한 대 가져본 일이 없다.

그런데도 그는 시를 쓰고, 통영의 역사를 정리하고, 한산대첩 축제를 이루어 낸다. 알 만한 통영 사람은 다 아는 (재)한산대첩기념사업회 상임이사 최정규(69) 위원장이다.

첨단 축제를 자랑하는 한산대첩축제 중에서.

“남한테 피해 안 주고, 검소하고 단순하게 살자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그리 됐습니다. 주변에서 배려해 줘서 별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는 체육과 문학의 두 수레바퀴로 인생을 살아왔다. 체육이나 문학이나 술문화와 떼기 어려운 분야이지만, 주변의 배려로 자신만의 신념을 지킬 수 있었다고.

1951년 새터에서 태어난 최정규 위원장은 충렬초, 통중고를 나온 통영 토박이다. 군대 3년을 빼고는 통영 밖을 나가 본 적도 없다.

중학교 때부터 유도를 해서, 1978년에는 경남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하기도 한 체육인이지만, 그보다는 시인, 문학가로 더 알려져 있다.

“군대 갈 무렵, 뜻이 맞는 사람들과 열댓 명이 ‘금요회’를 만들어 매주 문학과 예술에 대해 토론을 했어요. 그게 제 향토문화예술 활동의 시작이었지요.”

제대 후에 그는 ‘충무독서회’를 만들어 시화전, 음악 감상, 강연회, 시낭송회, 연극 등의 문화활동을 했다. 1978년부터는 문학동인지 ‘물푸레’를 펴내며 더 깊은 문학열정 속으로 빠져들었다.

“참 재미있었어요. 아내도 물푸레 활동하다가 만났지요. 같은 곳을 바라보니까 별 어려움 없이 살아온 것 같아요.”

서로 마주보기보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그래서 유귀자 시인은 평생 고마운 동반자다.

1981년에 있었던 두 사람의 결혼식 주례는 초정 김상옥 선생이 해 주었다. 당시 서울에서 살고 있던 김상옥 시인은 후배들이 시화전을 하거나 동인지를 낼 때 천릿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격려해 주던 든든한 선배였다.

초정 김상옥 선생의 축전

“천리 밖에 살아도 마음속으로 날마다 만나는 시인 최정규 만세”

“최정규여 부디 꽃같이 향기롭고 바다같이 넓은 시를 쓰기 바란다.”

시집을 낼 때마다 보내준 김상옥 선생의 축전은 글쓰기를 독려하는 최고의 응원가였다.

그는 1987년 ‘월간조선’, ‘월간경향’을 통해 시인이 되었고, 시집 ‘터놓고 만나는 날’, ‘통영바다’, ‘돌지 않는 시계’, ‘둥지 속에서’를 펴냈다.

요즘 최정규 위원장은 3주 남짓 남은 한산대첩 축제 준비로 바쁘다. 1986년 한산대첩기념제전 상임위원을 맡은 이후, 1996~2004년 사무국장, 2015년부터 지금까지는 상임이사 겸 집행위원장을 맡아 축제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통영사람은 시민정신이 남다릅니다. 옛날에는 일본 유학 보낼 때 ‘일본 관원이 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 유학을 보냈답니다. 왜색 있는 나무는 가로수로도 쓰지 않고, 만국기를 걸어도 일장기 빼라는 사람도 있을 만큼 항일정신이 독특하지요.”

올해 58회를 맞은 한산대첩축제는 순수하게 통영시민들이 만들어낸 축제다. 오죽하면 자식들에게 “통영사람은 고지서 없는 세금 두 개를 더 내야 한다.”고 가르쳤을까. 통영인이 내야 하는 고지서 없는 세금은 한산대첩 축제 후원금과 시민체육대회 후원금이다. 지금도 한산대첩축제 때는 시민들과 향우회 후원금이 4천만 원 이상 걷힌다.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책장

그래서 그는 한산대첩 축제가 애국심과 애향심을 고양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올해는 해마다 축제 장소로 쓰였던 강구안에 친수사업 공사가 시작되면서 장소가 도남동 관광단지로 바뀌어, 할 일이 더 많다. 도남동은 통제영과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주차공간이 넓고 바다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축제는 이런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 도남동 행사장이 전문축제장 기능을 하도록 만들 작정이다.

한산대첩 축제는 하늘과 땅과 바다를 모두 이용하는 최첨단 축제다. 그러나 이런 축제를 만들어내는 집행위원장의 삶은 자연 그대로인 철저한 아날로그다. 축제를 만들어내는 젊은 직원들이 시대에 맞는 디지털로 받쳐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이런 모순이 부딪침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어쩌면 그의 철저한 아날로그가 한산대첩 축제의 정신을 수호하고 있기때문일지도 모른다.

“작품과 사람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스마트해져도 종이책과 통영바다를 사랑하는 시인은 아날로그의 세상에서 편안하다.

 한산대첩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
여름밤을 달구는 한산대첩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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