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시인-한빛문학관 상주작가 정소란
공부하는 시인-한빛문학관 상주작가 정소란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9.0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소란 시인이 첫 번째 시집 ‘달을 품다’를 내고, 26일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정소란 시인이 첫 번째 시집 ‘달을 품다’를 내고, 26일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새해 해맞이, 봉숫골 꽃나들이 축제, 윤이상 유해안장식, 예총 등 단체 기념식 등 통영시의 굵직한 행사마다 여는 시를 낭송하는 시인이 있다.

이른 새벽 정화수 올리는 아낙의 정성처럼 정갈한 마음으로 맞춤한 시를 지어 바치는 정소란 시인(50)이다.

박경리, 서우승 등 고인이 된 예술인뿐 아니라 생존한 예술인이나 박명용처럼 기려야 할 인물에 대한 시 등 그가 지은 헌시만 모아도 30여 편은 됨직하다.

2003년 월간 ‘조선문학’에 ‘깊은 밤에 깨어 있기’ 외 4편이 당선되면서 문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정소란 시인은 ‘모던 포엠 작가회’와 ‘물목문학회’, ‘경남 문인협회’, ‘경남시인협회’ 회원이다.

2012년 제1회 전국 지리산 시낭송대회에서 자작시를 낭송해 장려상을 수상한 뒤 통영의 낭송시인이 됐다.

“통영문인협회에서 비교적 나이가 젊다 보니까 한두 번 하기 시작한 거지요. 인물이나 사건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니 꼭 자작시를 낭송하려고 합니다.”

이런 자세 덕에 정 시인은 통영의 역사를 시로 쓰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작년 한빛문학관의 지역특성화 프로그램 ‘시와 음악의 만남’에서도 시극을 낭송했는데, 그 인연을 이어 올해는 한빛문학관 상주작가가 됐다.

지난달, 정 시인은 미루고 미뤘던 첫 시집을 펴냈다. 동인지나 계간지에 발표한 작품만 모아도 시집 서너 권은 되건만, 잘하고 싶은 욕심으로 뜸을 들이다가 17년 세월이 눈 깜짝할 새 지났다.

등단하던 해, 정소란 시인은 9살, 7살, 5살 세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한빛문학관 앞에서
한빛문학관 앞에서

늦깎이로 창신대학 문예창작과에 진학해 공부를 했고, 졸업 후에는 학원을 운영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는 논술지도사, 독서지도사, 토론지도사, NIE지도사 등 할 수 있는 공부를 계속 했다. 한자 지도사와 급수 과정은 6년 가까이 부산을 오가며 수료했다.

“절실해서 하니, 공부가 재미있었어요. 배우고 싶고 필요한 과목의 공부를 하니 흡수력이 좋을 수밖에요.”

정 시인의 공부는 현재진행형이다. 방통대 국문과의 졸업논문을 남겨 놓고 있으니 말이다.

정 시인의 학구열은 어쩌면 태생적인지 모른다. 평생 농사짓고 미역을 키우는 평범한 섬사람이었던 아버지도 늘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나의 ‘브리태니커’였어요. 뭐든 궁금한 게 있어 아버지에게 묻기만 하면 바로 대답을 해 주셨으니까요. 지금 아버지가 안 계시니 갑갑할 정도지요.”

한산섬에서 ‘정혁부 씨’ 하면 똑똑하고 자식 공부 잘 가르치기로 이름났었단다. 아주 어린 시절, “소란아, ‘사일공일구촌’ 써 봐라.” 하는 식으로 아버지는 한자를 가르쳐 주었다.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선비 사(士), 한 일(一), 장인 공(工), 한 일(一), 입 구(口), 마디 촌(寸) 자를 쓰면 ‘목숨 수(壽)’ 자가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버지가 한자 활용 방식의 하나인 ‘파자(破字)’로 가르친 거였어요. 잠시 한자 학원인 ‘소란서당’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 슬로건이 ‘한자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는 것이었죠.”

한자와의 연결고리로 인해 정 시인은 서예와 서각에도 일가견이 있다. 그가 운영하는 죽림 ‘시인의 꽃집’에는 자신의 시와 고사성어 서각작품이 빼곡하다.

최근 궁도를 배우면서 쉽게 이론을 익히게 된 것도 한자에 능통한 덕이다. 궁도의 용어가 모두 한자에서 왔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정소란 시인은 봉숫골에 있는 한빛문학관 상주작가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백일장 등의 사업도 진행하고, 집필활동에도 더 마음을 쏟을 작정이다.

문학박사인 차영한 한빛문학관장은 정소란 시인을 “독보적인 개성을 가진 시인”이라고 평가한다. “시어들이 놓일 때의 제자리에 최적화의 똬리기법은 생기발랄한 포에지를 구축하여 카타르시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차영한 박사의 말처럼 한산섬에서 자란 정소란 시인은 “바다에 쏟아지는 달빛의 유혹에 길들여” 왔는지 모른다. 직접 대면해 보면 누구라도 친구가 될 것처럼 시원시원한 성격이지만, 그의 시어는 끝 모를 바다에 일렁이며 내려앉는 달빛처럼 서정적이니 말이다.

정소란 시인은 오는 26일 저녁 7시, 한빛문학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건필을 다질 계획이다.

한빛문학관(관장 차영한)
한빛문학관(관장 차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