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부 행정사는 무전동 작은 사무실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김종부 행정사는 시간이 날 때마다 통영을 걷는다. 서호시장, 중앙시장, 토성고개를 지나 사무실이 있는 무전동까지.

걷다보면 차를 타고 다닐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한산섬에서 혼자 통영상고에 유학(?)할 때 걷던 가난한 골목에서는 장손의 짐을 짊어진 어린 종부가 서성이기도 하고, 수십 가닥의 전선줄이 늘어진 구도심 전신주 사이에서는 통영시장의 꿈을 꾸었던 행정가 김종부가 도시를 정비하기도 한다.

‘저곳에 과연 벤치가 적절한가? 빈 횡단보도를 지키는 노인일자리보다 바로 그옆 돌보지 않은 풀숲과 쓰레기 정리가 더 시급하지 않은가? 이 공간을 녹지로 만들면 좀더 숨이 트이지 않을까?’

강구안을 걸으며 갈등을 빚고 있는 친수사업과 반토막 예산이 된 퇴적물 정화사업을 생각한다. 도남동 길을 걸으면서는 당초 예산보다 수천억이 줄어든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앞날을 걱정하고, 용남에서는 쌓여 있는 굴패각에 가슴이 눌린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니, 지금은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행정사사무소를 열어 시민들의 행정 업무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는 아직도 관공서의 문턱이 무척 높습니다. 민원서류를 대신 작성해 주기도 하고, 여러 가지 까다로운 행정절차를 설명해 드리기도 하지요.”

38년 동안 공직생활을 한 경험으로 고향을 섬기기로 한 것이다. 남는 시간에는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매주 금요일에는 당동의 ‘참사랑’에서 반찬 포장과 배달을 하고 월 2회 하는 정량동 새마을금고 지하의 급식소에서도 봉사한다.

시민들과 꾸준히 만나는 일인 데다 보람까지 주는 일이니, 봉사는 참 할만한 일이다.

“통영 발전의 허리 역할은 봉사단체가 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갖가지 봉사로 섬기는 분들이 곳곳에 있어서, 오늘의 통영을 만들어가고 있지요.”

김종부 행정사는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2급까지 거친 보기 드문 이력을 지녔다. 일선 면사무소부터 군청, 시청, 도청, 내무부 등의 중앙부처까지 두루 경험을 쌓았다.

도청 비서실에 근무하는 동안에는 4명의 도지사를 보좌했다. 대부분 도지사가 바뀌면 새 도지사의 인맥으로 교체되는 비서실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특이한 이력이다.

38년 중 내무부 1년, 건설부 2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남도에서 근무한 것도 오늘의 김종부 행정사를 있게 했다. 그러나 경남도 내에 있던, 중앙에 있던, 김종부 행정사는 자신의 마음과 귀가 ‘통영’에 있었다고 말한다.

“1986년 건설부장관 비서관으로 근무할 때 죽림만 매립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당시 강태선 통영군수에게 죽림만을 매립해 옛 통영읍을 복원하자고 제안했지요.”

죽림에 신도시를 건설해 인구 2만 명 이상이 되어야 하는 ‘읍’ 승격을 추진하려고 했던 것이다. 신도시 건설의 타당성 용역비를 ‘건설부’에서 부담했기 때문에, 통영시는 깔아놓은 길을 밟고 신도시 건설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그뒤 통영군과 충무시가 통합되는 바람에, ‘통영군 통영읍’이라는 이름은 달 수 없게 됐지만 죽림 신도시는 건설됐다.

“아이디어를 내고, 그게 정책으로 실현되면 공무원으로서 참 보람 있지요. 남망산 열무정의 궁도장 건물, 도산면 가오치 사량도 여객선 터미널, 달아마을 물량장 등 고향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을 때 참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김종부 행정사

태풍 셀마에 날아가버린 마을을 대폭 지원했을 때, 통영 최초 선촌 노인요양병원을 건립하도록 지원하게 됐을 때도 김종부 행정사는 신이 났었다. 고향에 대한 이런 관심과 응원이, 3년 전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는 계기가 됐다.

“2016년에 돌아오면서 시장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고향 발전을 위해 뛰어보겠다는 각오가 돼 있었지요.”

하지만 그는 자유한국당 내 경선에서 무너졌다. 열심히 하면 결과가 따라오는 행정의 일과 남을 밟고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는 처음부터 결이 달랐는지도 모른다.

“내가 순진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좋은 경험을 한 거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고향 땅에서 봉사하면서 통영 발전을 위해 살 거라고 결심한다.

“도망가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고향을 버릴 수 있습니까?”

그는 오늘도 고향의 골목길을 걸으며, 더 나은 통영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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