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 ‘다움’ 설립, “전통문화 살릴 것”
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 ‘다움’ 설립, “전통문화 살릴 것”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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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화활동가학교 수료생 정희영 씨
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 '다움' 대표 정희영 씨

청년문화활동가학교를 통해 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의 방향을 정하고 구체화시킨 수료생이 있다. 대한무술관 지도관장이며 통제영무예단 부단장인 정희영(35) 씨.

희영 씨는 “청년문화활동가학교 수업 중에 그동안 갖고 있던 ‘전통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문화예술 사업’을 하겠다는 막연한 꿈을 어떻게 실현시켜야 하는지 배웠다.”면서 수료 소감을 밝혔다.

“재밌어서 하는 일, 심장이 반응하고 가슴이 뛰고 자꾸 생각을 하게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 ‘다움’을 설립했는데, 청년문화활동가학교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멋진일이라는 걸 알려준 고마운 곳이 되었습니다.” 라는 인사도 덧붙였다.

희영 씨가 하려고 하는 일은 조선시대 최고의 군사도시인 통영의 정체성을 살려 청년 주도의 문화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통제영의 주도로 이루어진 춘계, 추계 군사훈련인 수조를 재현하고, 수군들의 무예대전 재현을 통해 체험형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전통 공연으로 마무리하는 축제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희영 씨가 생각하는 방향은 두 가지다. 지역축제나 이벤트에 참가해 공연을 할 ‘창작공연기획팀’과 전통의상이나 굿즈 판매 등 관광객들에게 전통역사문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여행기획팀’을 운영하는 것.

협동조합이 잘 이루어지면, 이후에 사회적 기업으로 나아갈 생각도 갖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현재 협동조합원 5명은 모두 전통무예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희영 씨는 다른 공연 장르나 의상 같은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협동조합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전통무예’로 영역을 제한하지 않고 ‘전통문화’를 콘텐츠로 하기 때문이다.

희영 씨가 전통무예인 24반무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3년이다.

“한산대첩축제 때 서울에서 내려온 팀이 전통무예 시범을 하는 것을 보았어요. 합기도와 많은 동작이 비슷해 우리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24반무예는 정조대왕이 이덕무, 박제가, 백동수 등에게 정리하게 한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우리 전통무예다. 구한말 군대가 해산되기 전까지 국방 무예로서의 역할을 해 온 24반무예는 조선의 군대에서는 필수적으로 전수되는 기본 과목과 같았다. 하지만 일제의 침략 야욕으로 구식 군대가 해산되자 그 명맥이 끊기고 말았다. 조선 최고의 군사도시였던 통영에서도 통제영이 폐영되면서 맥을 이을 수 없게 됐다.

24반무예를 복원한 사람은 ‘24반무예경당협회’의 임동규 총재다. 1979년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임 총재는 감옥 안에서 그림과 설명을 곁들여 설명한 ‘무예도보통지’를 보며 조선시대 전통무예를 되살렸다. 그리고 기적처럼 88올림픽을 기회로 가석방되자, 80여 년 동안 묻혀 있던 24반무예를 들고 세상으로 나왔다.

임동규 총재가 제자들을 모으고 한창 무예를 보급하던 1992년, 통영 출신의 정영근 사범이 제자가 됐다. 정영근 사범은 진주를 무대로 24반무예를 보급하다가, 2013년 고향인 통영으로 내려왔다. 그 2013년에 희영 씨가 24반무예를 만난 것이다.

24반무예를 보급하려는 정영근 사범과 배우겠다는 희영 씨의 만남은 통제영 무인의 후손인 통영인이 자력으로 전통무예를 전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5명이 배우겠다고 나섰지만, 이듬해엔 세 명이 그만두고 두 명만 남았다. 그러나 희영 씨는 포기하지 않고 제자들을 독려해, 2015년부터 전통무예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전통무예를 통영의 문화콘텐츠와 연결하고 싶은 꿈을 꾸게 됐다. 한산대첩축제를 중심으로 24반무예시범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1회성으로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어떻게?

희영 씨는 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인 ‘다움’을 설립하고, 무예를 소재로 문화와 접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통영시가 ‘청년문화활동가 학교’를 연다고 했을 때, 희영 씨는 자신의 생각을 펼쳐볼 수 있는 길과 연결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그 기대대로 청년문화활동가 학교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지원하는 문화사업에 도전하는 실질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주성진 멘토의 격려를 받으며 희영 씨는 마음속에 있던 생각들을 구체화시켜 처음으로 기획서를 썼다. 그러나 너무 짧은 6회 교육만으로는 관련 지원사업을 따오기 위한 기획서 단계까지는 나가지 못했다.

“더 실질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하반기에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부디 이 계획이 잘 이루어져서, 사업유치까지 이어지는 실질적인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희영 씨의 경우는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진 꿈을 갖고 몇 걸음을 걸은 상태였기 때문에 6회 수업으로 눈에 보이는 기획서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문화도시, 또는 문화활동가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한 수업에서 6회 만에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꿈이 구체화된 완숙한 청년은 통영시에서 손을 잡아주자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통영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청년들의 손은 조금 더 잡아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