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서장 “차주와 국민께 죄송, 재발방지 노력” 다짐
‘순찰차 뺑소니’ 논란에 공식사과

ⓒ통영경찰서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사과문.

통영경찰서가 네티즌들의 몰매를 맞고 서장이 사과문을 게재해 공식사과 했다.

이 사건은 지난 8일 북신지구대 순찰차가 무전동의 한 교회주차장에서 주차된 차량과 경미한 접촉 사고 후 아무런 조치 없이 떠나면서 시작됐다.

사고내용은 경미했지만 주차장 CCTV 화면이 보도되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인터넷 동영상에는 순찰차 운전을 했던 여경이 차에서 내려 접촉한 상대 차량을 확인한 후 아무런 조치 없이 떠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접촉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이 SNS로 확산되면서 화난 네티즌들이 통영경찰서 홈페이지에 비난글을 도배했다.

통영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는 2014년 10월 첫 칭찬글을 시작으로 올해 6월까지 24건이 게시됐다. 하지만 지난 9일 첫 비난 글 이후 500여 건이 달렸다.

지난 9일 이 코너에 처음 올라온 ‘주차된 차 박고 그냥 간 경찰관을 칭찬합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게시자는 “물피 도주로 인한 벌금 20만 원이 부과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비슷한 사고가 났을 때 처리방안을 알려주심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올렸다. 이 글은 13일 현재 조회수 5천여 건에 육박하고 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엄격한 법 집행자인 경찰이 자신에게는 관대한 행동을 질타하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을 게시하고, 검경수사권 조정까지 들먹이며 경찰의 신뢰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경찰이 사고 후 도로교통법에 의한 스티커 발부에도 네티즌들은 반격했다. 네티즌은 뺑소니가 아닌 도로교통법 적용에 반발하며 물피 도주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올리기도 했다.

하임수 서장은 폭주하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사과드립니다’란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 서장은 “지난 8일 순찰차 주차 중 물피 교통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실망을 안겨드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피해차량 차주분께도 심려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반성과 재발방지에 노력하는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해당 경찰관은 조사 후 도로교통법에 따라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했으며, 감찰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하 서장의 사과문에도 부족하다는 불만과 함께 계속된 항의성 글을 올리고 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고, 시민들은 경미한 긁힘 정도에 기분은 나쁘지만 돌아서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폭발적 반응은 법집행자인 경찰은 자신의 행동에 엄격해야 한다는 국민정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을 우려하는 여론도 있다.

해당 여성 경찰관을 비롯해 통영경찰서 소속 경찰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비난으로 사기를 꺾을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경찰조직 전체로 번진 비난에 당사자의 심적 고통도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통영시민들은 경찰의 잘못된 행동도 분명 반성해야지만, 통영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들의 사기도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현직 하임수 서장의 부임 이후 민관협력 치안에 집중하며 치안사각지대 해소에 노력하고 있는 통영경찰에 이번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는 여론도 있다.

통영시 정량동의 주부 김 모씨(50)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앞으로 모든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라며 “그래도 통영의 치안을 책임지는 동영경찰에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다” 고 말했다.

한편, 이번 네티즌들의 반응을 계기로 통영지역 임명직과 선출직 공직자 모두에게 처신을 바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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