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 숲에서 열린 아동문학 대잔치
동심의 숲에서 열린 아동문학 대잔치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9.0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성군 네버랜드-동시동화나무의 숲
열린문학상 수상자들은 손으로 만든 화관을 쓰고, 작품과 초상이 그려진 액자를 상패로 받는다.
수상자들 뒤로 보이는 쌀과 양파 등 농산물이 오늘의 부상이다.  

피터팬과 팅커벨이 사는 네버랜드처럼, 고성군 대가면에 있는 ‘동시동화나무의 숲’에는 동심을 노래하는 시인과 동화작가의 숨결이 가득하다. 소나무와 참나무, 편백나무, 때죽나무가 자라는 1만 6천 평 숲에 동시, 동화 작가 이름이 새겨진 돌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무가 193그루. 오솔길마다 동화와 동시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것 같다.

지난 6월 1일, 이 숲에서는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아동문학 계간지 ‘열린아동문학’에 한 해 동안 실린 작품 중에 가장 우수한 작품에 주는 상이다. 편집, 기획, 자문위원, 평론가, 작년 수상자가 각 3편씩 추천하여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동시와 동화를 뽑아 작가에게 상을 준다.

왼쪽부터 박혜선(동시), 이금이(동화) 수상자

올해의 수상자는 박혜선 시인(동시)과 이금이 작가(동화)다. 수상자들은 덩굴을 엮어 만든 화관을 쓰고, 동심 가득한 문우들과 어울려 춤을 추면서 시상식을 즐겼다.

다른 문학상보다 상금도 적고(처음에는 상금도 없었다.) 크리스탈 상패도 없는데, 이 땅의 아동문학가들은 ‘열린아동문학상’을 가장 부러워하는 상이라고 꼽는다. 공정한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이나 아동문학가들이 마음을 다해 준비하는 시상식, 쌀, 마늘, 양파, 참다래 같은 농산물을 부상으로 주는 따뜻함 때문이다.

사실,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기 전까지 열린아동문학의 원고료는 참기름, 청어, 멸치 같은 특별한 선물이었다. 고성 주민들과 아동문학을 응원하는 이들이 협찬해 온 상품들이다. 이날 수상자들이 받아간 26가지의 선물도 이런 정성이 모인 것이다.

“열렬한 응원을 받은 느낌입니다. 이런 소박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 때문에 이 상을 받고 싶어서 작품의 질을 높이는 경쟁을 하게 될 정도지요.”

아동문학가들에게 나무 한 그루씩을 준다.

이미 소천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을 수상한 박혜선 시인의 고백이다.

교과서에 여러 작품이 실려 있어 초등학교 어린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아동문학계의 ‘선생님’인 이금이 작가도 이미 국내 최고의 아동문학상을 모두 수상했지만, 열린아동문학상이 더 따뜻하고 특별하다고 말한다.

이금이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이 숲에 나무 하나 갖는 게 소원’이었다고 밝혔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나무를 가진 작가들이) 어찌나 부러운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자기 나무를 가지려면, ‘이 계절에 심은 동시, 동화나무’ 코너에 글이 실리거나 ‘열린아동문학상’을 받아야 한다.

6월 1일을 중심으로 길게는 2박 3일, 짧게는 하루 동안 잔치를 벌인 시간을 ‘시상식’이라는 딱딱한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백두현 고성군수와 면장님이 참가하는 동네잔치였다.

공예가들과 아동문학회 회원들, 관계자의 친척들까지 두 팔 걷고 나서 먹고 자면서 음식을 만들고, 마을 주민들이 장터를 열고, 군수와 면장님이 찾아와 응원하고, 서울, 부산, 대전 등 전국에서 250여 명의 아동문학가들이 모여들어 즐긴 이 시간들은 시상식이라기보다 한바탕 잔치였다.

오후 3시에 시작한 시상식이 2시간 넘도록 이어졌지만, 아무도 지루해하지 않았다. 동심을 가진 시인들이 가발을 쓰고 춤을 추는가 하면, 수상 동시로 만든 동요를 발표하고, 수상자의 남편과 딸이 나와 수상작을 낭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급기야 “이제 마지막 순서로…” 하는 사회자의 말에는 “아항~” 하는 아쉬운 탄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서울에서 대절해 온 버스로 다시 먼길을 올라가야 하는 여정이 남았는데도, 동동숲에 모인 동심들은 네버랜드에서 축제를 벌이는 피터팬들처럼 환상의 시간을 즐겼다.

시상식이 이렇게 즐거워도 되나요?
네버랜드에 모인 피터팬들.

동시동화나무의 숲​​​​​​​

6월 현재 193그루가 주인을 가졌다.

 

동시동화나무의 숲은 2004년, 부산에서 횟집을 하는 홍종관 사장 부부가 동화작가 배익천 선생을 위해 구입해, 동화작가들에게 나무 한 그루씩을 나눠주어 가꾸게 하는 1만여 평의 ‘동화나무의 숲’이었다.

2009년 봄 고(故)유경환 시인이 내던 ‘열린아동문학’을 배익천 선생이 이어받아 내게 되면서 ‘동시동화나무의 숲’으로 이름을 바꾸고, 2010년 ‘열린아동문학관’을 지으면서 6천 평의 땅을 추가로 매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숲에는 ‘이 계절에 심은 동시나무와 동화나무’,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자’의 나무 등 아동문학가와 평론가의 이름이 달린 나무가 6월 현재 193그루가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