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님은 상징, 비유, 이런 것 잘 안 쓰시는 스타일이시잖아요.”

“시인님이 시를 쓰실 때 반복되는 계절이 있단 말예요. 보통 여름, 겨울이 많이 나오거든요.”

“시인님은 불분명하게 말함으로써 더 풍성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땅거미가 내려앉은 토요일 저녁(18일), 강구안에 있는 카페 ‘수다’에서 황인찬 시인(32)의 시낭송회가 있었다. 시인이 자신의 시를 읽고 시작노트를 다정다감하게 이야기하는 시간.

황인찬 시인

그런데 이날의 시낭송회는 참석자들이 먼저 나서서 시인에게 질문하고, 시인의 시 중에 좋아하는 시를 이야기하며, 시작(詩作) 배경을 짐작해 되물었다.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읽고 시인이 감상하는가 하면, 참석자들이 시평(詩評)을 하고 시인이 덧붙이는 장면도 연출됐다.

황인찬 시인의 시낭송을 이미 유튜브로 많이 듣고는 “연 사이를 많이 쉬시던데…” 하는 팬에게, “그 말 없는 공간도 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식의 대화가 오가는 시낭송회.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었지만, 참석자들 대부분은 이미 시를 통해 시인과 깊은 유대를 갖고 있었다. 참석한 열댓 명 중에 거제, 부산, 창원 등 타지에서 온 팬이 여섯이었다.

“막차가 끊길 줄 몰랐어요.”

창원에서 온 열일곱 살 소녀 두 명은 급기야 그날 처음 만난 한 참석자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돌아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거제에서 온 김지은 씨는 “가까운 통영에서 이런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니 너무 감사하죠. 거제에는 이런 행사가 없어 아쉬움이 있어요.”라고 했다. 지은 씨는 국제음악제나 북콘서트 때문에 통영에 오게 된다고 한다.

부산에서 온 임지훈 씨는 “고3때부터 황인찬 시인을 좋아했는데, 시인님이 부산에 안 오셔서 일부러 왔어요.”라고 말했다. 국어국문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황인찬 시인이었다고.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담담하게 울림 있는 감성을 전달하는 황인찬 시인은 이 시대에 가장 사랑받는 젊은 시인 중 하나다. 스물세 살이던 201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해, 2012년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로 ‘김수영문학상’을 받았고, 2015년에 두 번째 시집 ‘희지의 세계’를 펴냈다.

“제가 통영을 너무 좋아해요. 저에게도 힘이 되는 낭송회였어요.”

황인찬 시인은 소년 같은 미소를 지으며 팬들과의 만남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날 낭송회는 통영의 ‘삐삐책방’이 ‘2018년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에 선정돼 열게 됐다.

참석자가 낭송하고 시인이 듣는낭송회
꼼꼼한 사인회까지...
막차가 끊기는 시간, 마지막까지 남은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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