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로컬밴드 어쿠스틱로망을 만나다

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한 공연

“같이 따라해 보세요. 통통통통통통통영!”
“통통통통통통통영!”
“다시 한번, 통통통통통통통영!”

관중을 통영 마니아로 만들어 버리는 밴드, ‘어쿠스틱로망’

3년 전까지는 일면식도 없던 다섯 남자가 통영에 산다는 것과 밴드음악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뭉친 어쿠스틱로망은 떠오르고 있는 통영의 로컬밴드다.

2016년 결성된 이래 버스킹을 시작으로 크고작은 행사에서 노래하던 이들은 이제 통영뿐 아니라 전국의 축제현장을 뛰어다니는 소문난 밴드가 됐다. 전국 투어 콘서트나 단독 콘서트는 물론 1개의 정규 EP앨범과 ‘Rock in Tongyoung’ 프로젝트 앨범을 발매했으며, 지금은 정규1집을 준비하고 있다.

리드싱어인 정왕근 씨

맨 처음 밴드를 결성하려고 나선 이는 통영초등학교 교사인 정왕근 씨(38)이다. 남해의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옆 학교 교사와 밴드 활동을 했던 그는, 통영으로 전근 오면서 혼자가 됐다. 10년 가까이 락밴드를 했던 그는 2014년에 음악이 없는 1년을 보내면서 삶이 피폐해지는 것 같은 외로움 속에 시들어가고 있었다.

“버스킹이라도 해보자 하고 ‘통영 버스킹’을 검색했는데 ‘통영어쿠스틱’이라는 기타 모임이 나오더라구요.”

무작정 찾아간 기타 동아리에서 왕근 씨는 기타를 너무 잘 치는 김지훈 씨(37)와 김동수 씨(36)를 만났다. 실용음악학원 원장인 지훈 씨는 못하는 주법이 없는 화려한 기타 연주 실력을 갖고 있었다. 지훈 씨의 대학 후배이기도 하고 동서이기도 한 동수 씨 역시 기타 연주 실력이 출중했다.

“형님에게 기타를 배웠어요.”
“많이 컸죠.”

장난스럽게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은 대학 동아리에서 만났단다. 1년 차이지만, 기타를 잘 치고 싶던 동수 씨는 지훈 씨의 기타 실력에 반해 열심히 사사받는 후배가 됐다. 결혼을 먼저 한 동수 씨의 버스킹공연 때, 동수 씨의 아내가 언니와 함께 응원하러 온 것이 계기가 돼, 두 사람은 동서지간이 됐다.

동서지간인 기타리스트 김지훈(왼쪽), 김동수 씨

“선배님을 형님으로 모신 셈이죠.”

싱어인 왕근 씨와 두 기타리스트가 만났으니, 기본적인 멤버는 만들어진 셈이다. 여기에 왕근 씨가 헤어진 친구를 그리워하는 ‘Long time age’라는 곡을 만들었다. 작곡을 배워본 적은 없지만 작사를 하고 멜로디를 입히자, 지훈 씨가 맛깔나게 편곡해 멋진 곡이 됐다.

세 사람은 여기저기 연습실을 옮겨다니며 연습을 했다. 각자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라 늘 밤에 모일 수밖에 없었기에, 얼마 안가 민원이 발생하면 연습실을 옮겨야 하는 떠돌이 생활을 했다.

그러다 인터넷 카페에서 연습실을 대여해 주는 스튜디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본적인 방음시설이 돼 있는 스튜디오인데다 죽림 상가에 있어 훨씬 연습하기에 좋았다.

베이스기타 연주자인 김대현 씨(44)와의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세 사람이 연습실로 찾은 이 스튜디오의 대표가 바로 대현 씨였던 것이다.

당시 대현 씨는 밴드 연습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중앙중, 통영중, 통영여중 등의 방과후수업을 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살 때 직장인밴드 베이스기타 연주자로 활동했던 그는 2013년에 처가인 통영으로 내려왔고 2015년에 이 스튜디오를 차렸다. 밴드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지도해, 더 레블스(통영고), 층간소음(통영고), 어쿠스타(중고생 연합), 팀 아르페지오(통영중) 밴드 소속 학생들과 ‘지하세계예술단 정기놀이’라는 공연을 열기도 했다.

베이스기타 김대현(왼쪽) 씨와 퍼커션 문현준 씨

그런 그에게 세 사람이 연습실을 빌리겠다고 찾아온 것이다. 각자의 일터에서 일하고 밤 10시에 모여 연습하는 이들의 열정이 대현 씨의 음악 열정과 하나가 됐음은 물론이다.

어쿠스틱로망은 이렇게 2016년 6월에 결성됐다. 주말 강구안에 나가서 버스킹을 하는 한편, ‘슈퍼스타K’에 도전하기도 하고, 7월에는 ‘대구 포크페스티벌’에 나가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이 대회의 수상으로 어쿠스틱 로망은 경남권에 떠오르는 밴드가 됐다.

마지막 멤버인 문현준 씨(43)는 올해 2월에 합류했다. 대학교 때 밴드를 했던 현준 씨는 1년 전에 통영 사람이 됐다. 바다와 통영이라는 도시가 좋아 무작정 이사를 한 로맨티스트다.

“복잡한 서울을 떠나자고 마음먹고, 처음 찾아간 곳은 제주도였어요. 거기서 5년 살았는데, 제주도도 서울 못지않게 번잡해져서 통영으로 이사 왔죠.”

현준 씨는 너무 복잡하지도, 쓸쓸하지도 않은 그림 같은 거리를 찾아 봉숫골에 자리잡고는 조그만 일식 튀김덮밥집을 운영한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리듬이 세포 속에 숨어 있다 살아난 것일까? 음악이 들릴 때마다 머릿속으로 퍼커션을 두드리던 현준 씨와 리듬파트가 없는 어쿠스틱로망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었는지 모른다.

“생판 모르는 남자들이 서른 넘어, 마흔 넘어 만나 한 팀이 된다는 것 자체가 기적 아닙니까?”

겨우 3년이라는 이력이 믿기지 않을 만큼 팀워크가 잘 맞는 어쿠스틱로망은, 음악과 통영이라는 두 끈으로 단단히 묶여 기적을 엮어내고 있다.

 강구안 버스킹을 시작으로 저변을 넓혀 갔다.  
어쿠스틱로망은 대구 포크 페스티벌에서도 꽤 인기 있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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