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의 문학 혼을 이어받는 박경리 백일장이 지난 4일 서포루 일원에서 열렸다. 서포루의 일반적인 관광에 백일장, 시화전뿐만 아니라 각 예술분과별로 마련한 체험행사와 공연행사가 북적이는 가운데, 백일장이 함께 진행됐다.

문인협회 관계자는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166편 작품을 심사했는데, 시내에서 접근하기 편해서 그런지 가족 단위 참가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반인 참가자들이 많았고 수준이 높았다고.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박경리기념관보다, 그저 발길을 옮기다 서포루와 맞닥뜨린 연휴 관광객의 즉석 참가자들이 꽤 있었단다.

통영문인협회 김계수 사무국장은 “작품의 전반적인 수준은 평년과 비슷했지만 시내 중심에 있는 서포루에서 치러져 일반부의 참석이 많아진 점은 박경리축전과 향후 문화도시 통영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백일장 각 부문의 상장과 부상은(문화상품권) 학교별 발송될 예정이다.

 

■ 빛나는 수상자들

◆ 초등부-운문
△ 신윤서(죽림초(고), 최우수)
△ 박시연(제석초(저), 최우수)
△ 배서윤(제석초(고), 우수)
△ 최연서(죽림초(고), 우수)
△ 이지우(용남초(저), 우수)
△ 박예원(죽림초(저), 우수)

◆ 중등부-운문
△ 임지민(통영중앙중, 최우수)
△ 성지윤(통영중앙중, 우수)
△ 양정윤(옥포성지중, 우수)

◆ 중등부-산문
△ 이진영(통영중앙중, 최우수)
△ 김민준(통영중앙중, 우수)
△ 김태윤(충무중, 우수)

◆ 고등부-운문
△ 천유정(충렬여고, 최우수)
△ 권하린(고양예술고, 우수)
△ 이미성(충렬여고, 우수)

◆ 고등부-산문
△ 김예지(충렬여고, 최우수)
△ 홍서현(충렬여고, 우수)
△ 양희성(통영고, 우수)

◆ 일반부(운·산문 구분X)
△ 최경희(통영시 광도면 죽림리, 최우수)
△ 정영석(경상대, 우수)
△ 남  윤(경기도 고양시, 우수)

 

일반부-최우수
                              여 행 - 최경희

여행은 살아 보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 또 다른 나로 살아보는 것이다.

2008년 사춘기 고2 아들을 데리고 나는 30일간의 유럽 배낭 여행길에 올랐다. 일선에서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으로 살아가고 있던 나 또한 그 당시는 감당하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 공부가 싫고, 학교가 싫으면 싫은 것은 안하면 되지!”

“우리 여행이나 가자!”

우리의 유럽배낭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한창 공부해야 할 수험생 아들을 데리고 여행이라니.... 하며 염려가 섞인 무언의 눈빛으로 우리를 걱정했지만 우리의 그 여행은 인생에 있어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역사가 되었다.

첫 도착지인 독일에서 2인승 국민차 coup를 렌트해서 아우토반을 달려 무장한 군인들과 마주했던 체코 국경에서의 숨막힌 떨림…….

프라하 민박집 앞에서 주차위반 딱지를 달고 멋모르고 끌려갔던 그 순간…….

여행 경비가 바닥나 다뉴브강이 내려다 보이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한인 민박집에서 일주일간 청소 도우미로 일했던 순간…….

매일밤 세치니 다리를 건너 부다페스트 야경투어의 가이드로 활약했던 3일간의 기억…….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안에서 잠이 들어 낯선 간이역에서 쫓겨나듯 내려 플랫포옴에서 배낭을 베개삼아 노숙했던 기억…….

그때의 모든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우리 여행의 역사가 되었다.

2008년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던 아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 되어 우리나라 5대 기억의 하나인 L사의 신입사원이 되었다. 11년전 아들과 단 둘이 떠났던 우리의 첫 배낭여행은 이후 우리의 삶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20대의 나이에 아들은 벌써 43개국을 여행하는 여행자가 되었고 여행에서 축적된 많은 경험은 아들이 글로벌한 인재로 나아가는데 발판의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 남미를 홀로 여행중이던 아들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국민 시위대에 억류되어 이틀간 발이 묶였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우파정권인 마크리 정부가 집권당이 되면서 가혹한 긴축조치를 빌미로 야권탄압을 하고 심각한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해 공공요금의 폭동으로 국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공항을 장악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아르헨티나 대사관에서 전화를 해서 아들의 안부를 걱정하던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가슴이 아려오는 숨막히는 순간을 떠오르게 하지만 아들과 나는 여전히 지금도 여행중이다.

여행의 경험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지를 우리는 누구보다 더 잘알고 있는 현재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지금도 여행의 선물에 감사하며 매을을 연다.

언젠가는 페루의 고산지대 맞추픽추에서 언제가는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서 아들은 가끔씩 나에게 안부 문자를 보낸다.

나는 오늘도 인생이란 긴 여행의 길목에서 또 하나의 새로움에 도전한다.

태양의 칼날이 내 온몸을 더위로 온통 뒤덥고 있지만 가끔씩 풀벌레와 책은 세상을 여는 문이라고 한다.

여행은 그 세상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낯선 곳에서 또 다른 나로 살아보는 것이다.

인생의 많은 순간순간 고비가 있을 때 마다 나는 ‘여행’ 찬스를 이용한다.

한 여름 뙤약볕에 정상을 향해 한걸음 두걸음 나아가는 길에 잠시 그늘에서 쉬는 그 순간이 우리에겐 곧 ‘여행’이 아닐까 그 여행길이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더 좋은 여정길이 될 것이다.

가끔씩은 낯선 곳에서 또 다른 나로 살아보자!

그래서 그 곳에서 또 다른 나는 발견하면서 인생이란 긴 여행을 떠나자…….

‘여행’은 항상 새로움을 우리에게 선물하게 될 것이다.

 

고등부-운문, 최우수

먼 지

        충렬여자고등학교 1학년 2반 천유정


천성이 기분 좋게 태어난 아이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다
그녀가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하늘에 남는 흑색의 발자국
뒤따라오는 어머니가
허리 숙여 닦고 있는 것도 모른 채
그녀의 시선은 오직 앞만을 향해 있다
하늘을 걸으며 응축된 모래를 뿌려보기도 하고
미세한 입자를 새겨 넣기도 한다
여전히 허리 숙여 그녀의 흔적을 닦아내는 어머니
어머니의 곧은 허리가 그리워
두 손으 로 허리를 주물러 본다
미동하나 없는 허리
어머니의 저 뒷모습에 빛을 가득 심어주고 싶다

 

저작권자 © 통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