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정윤주 첫 번째 추모제

작곡가 정윤주

작곡가 정윤주 선생을 기리는 첫 번째 추모제가 지난 8일 산양면에 있는 정윤주 선생의 묘소에서 있었다. 정윤주 선생이 타계한 지는 벌써 22년이 되었지만, 통영시 시민단체가 추모제를 지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모제를 주관한 통영예술의향기 박우권 회장은 “지척에 묘소를 두고도 이렇게 멀리 돌아서 이제야 선생님께 한잔 술을 올리게 되어 무어라 달리 변명할 말이 없다”면서 “이제부터는 잊지 않고 해마다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통영예술의향기는 2009년 유치환, 윤이상, 김상옥, 김용익, 김춘수 선생의 추모제를 시작했고, 2015년부터는 아동극작가인 주평 선생을 추가, 모두 6분의 추모제를 봉행해 왔다. 그러다 올해 정윤주 선생을 추가하면서 추모제를 할 수 있는 통영의 문화예술인 7인을 모두 기리게 됐다.

‘모두’라 함은, 통영시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통영을 빛낸 예술인은 16명 중에 인간문화재와 통영시 단체의 지원으로 추모제를 하는 이, 친일이력으로 기념사업을 하기가 곤란한 이를 제외한 것이다.

작곡가의 첫 추모제인만큼, 음악협회 회원들이 다수 참여했으며, 유가족으로 조카가 함께해 “유족을 대표해서 외삼촌을 기억하고 추모제를 지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윤이상과 초등학교 동창이면서, 작곡가로 일생을 바친 정윤주 선생은 “가장 통영적인 작곡가”라고 평가받고 있다.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혼과 마음과 몸으로 음악을 익혔고, 수많은 영화음악과 관현악곡을 남겼다.

초등학교 시절, 정윤주 선생은 동피랑의 집에서 세병관에 있는 학교를 가는 길 사이에 있던 권번에서 들려오는 창과 아쟁소리를 들으며 등·하교를 했다 한다.

1957년 제1회 한국 작곡 콩쿠르에서 무용곡 ‘까치의 죽음’으로 1등을 수상하면서 음악적 성과를 인정받은 선생은 이듬해인 1958년 신상옥 영화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제1회와 2회 대종상 음악상을 비롯해, 한국영화예술상과 청룡영화제 음악상, 음악협회 작곡상 등을 수상했으며, 통영시 문화상과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작곡한 영화음악이 298편이니, 60~70년대 한국영화음악은 정윤주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순수예술작품도 왕성하게 작곡해, 교향곡 5편, 관현악곡 15편, 협주곡 2편, 무용조곡 3편, 관악협주곡 2편, 실내악곡 10편, 교성곡 4편, 합창곡 1편, 가곡 5편을 작곡했다.

흔히 윤이상을 동서양을 아우른 작가로 평가한다. 공교롭게도 정윤주도 관현악곡을 작곡하면서 동양적 정서를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학교 동기동창인 두 위대한 작곡가가 모두 동양과 서양의 음악을 아우른 것으로 평가받는 일은 우연일까? 어려서부터 접한 바닷가, 낭만적인 다도해 풍경, 통제영에서 이어내려온 권번의 전통음악, 통영이 가진 이런 정서적 환경이 그들의 음악적 자양분이 됐기 때문은 아닐까?

박우권 회장은 “이번 추모제를 기점으로 하여, 묘소 진입구에 이정표와 묘소 옆에 안내 설명판이라도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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