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기획, 학교의 변신

학교가 변하고 있다.

네모난 책상, 네모난 교실, 네모난 학교에서 획일적인 교육을 받던 시대는 지났다. 아이들이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기적이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신종규 경남교육청 장학관이 프로그램에 따라 골프장, 축구골대, 화살 과녁으로
변하는 VR스포츠실 장비를 실험해 보고 있다.

선진국이나 다른 대도시의 이야기가 아니다. 통영 제석초에서 올해 일어난 변화다.

통영 제석초는 지난해 교육부 돌봄교실 리모델링 공모사업에 뽑혀, 1억8천만 원을 지원받고, 학교 자체 예산 2천만원을 더해 총 2억원으로 돌봄교실 4실과 방과후 연계형 1개 교실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다.

학습도구를 넣어놓는 이 상자들은 끌어내면 그대로 의자가 된다.

지난해 11월부터 설문조사, 디자인 설계 수업 등을 거쳐 지난 3월 2일 완공한 돌봄교실은 교육공간의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하며, 학교 공간의 새 시대를 열었다.

제석초의 이 공간변화가 빛나는 건, 많은 예산이나 전문가들의 솜씨 때문이 아니다. 학생들이 주인이 되어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데 더 의의가 있다.

원터치형으로 안전하게 만든 사물함 잠금장치.

“선생님들은 다른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애들이 레고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하더라고요.”

한쪽 벽이 모두 레고 판인 돌봄교실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종국 교장은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리모델링을 했다. 시공을 맡은 업자들과도 몇 번이나 실랑이를 해야 했다. 운동기구를 넣어두는 상자 하나에도 처음 도입하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공은 못 빠져 나오고 손은 다치지 않을 뚜껑이 필요했지요. 처음에는 시공업자들이 뭐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하더니, 나중에는 자기들이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면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하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한쪽 벽면이 모두 레고 판인 돌봄교실에서 제석초 이종국(앞),
인평초 김보상 교장 선생님이 레고를 붙이고 있다.

열쇠구멍 하나도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편리하게 아이디어를 낸 리모델링.

이에 대한 학생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학급회의 시간에 우리가 낸 의견이었는데, 방학 끝나고 와 보니 그대로 되어 있어서 놀랐어요.”

스스로 결정한 것이 이루어지는 경험을 한 어린이들의 자존감은 그 어떤 교육으로도 받을 수 없는 선물이다.

경남도교육청은 올해 통영 유영초등학교가 포함된 23개 학교에서 '학생공간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한다. 각 학교에 배당될 예산이 5천만 원이어서 제석초와 같은 구조변화는 어렵지만, 획일적인 학교 공간에 대한 혁신 마인드가 공유돼 가고 있는 만큼, 학교의 변신은 가속화될 예정이다.

텅 비어 있던 계단 아래를 작은 정원으로 꾸몄다.
구석에 들어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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