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이 그대로 살아 있는 자연숲 박물관 “장사도”
원시림이 그대로 살아 있는 자연숲 박물관 “장사도”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9.0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사도 동백나무길

수백년된 동백나무 군락지와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참식나무, 새덕이, 생달나무 등 250여 종의 상록활엽수림과 난대식물군이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는 섬 장사도.

기다란 뱀 모양이라는 뜻의 장사도는 난대해양성 기후대의 식물의 생태를 보존하고 있는 통영의 섬이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피는 동백꽃은 1-2월에 절정을 이루며 빨간 터널길을 만든다. 2014년에 방영된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과 전지현이 걷던 환상적인 동백 터널이 바로 장사도의 동백군락지다.

장사도분교 교사였던 옥미조 선생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천 번 이상 자재를 옮겨 1973년에 지은 교회 터 위에
2013년 작은 예배당을 복원해 놓았다.
당시 장사도 13가구 83명 주민 중에 70여 명이 교회를 다녔단다.

장사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900년경이다. 그때부터 1980년대 말까지 주민이 살았지만, 급격히 진행되는 도시화로 한가구 두가구 섬을 떠났다. 작은 분교 하나, 작은 교회 하나, 최고로 많이 거주할 때 주민이 80여 명까지 살았던 작은 유인도.

대우조선 협력업체로 선박 부품 만드는 곳을 운영하던 김봉열 사장이 1996년 장사도를 사 버렸다.

“장사도를 여러 차례 왔었어요. 원시림이 그대로 살아 있는 보석같은 섬이었죠.”

돌보는 사람이 없는 10년 동안, 장사도는 배를 타고 들어와 귀한 식물들을 캐내 가는 분재 불법 채취자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생명을 마음대로 옮겨 심으면 살리기 어렵거든요. 너무 아까워서, 내가 사야겠다, 내가 사서 잘 보존해야겠다, 생각했죠.”

장사도의 식생이 아까워 통째로 사버렸다는 김봉열 사장

섬 하나를 통째로 산 김봉열 사장은 장사도를 최고의 예술섬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길은 내야 하고 건물도 지어야 하잖습니까? 꼭 필요한 시설을 하면서도 혹시 내가 개발하며 망치지 않을까 조심조심 지었습니다.”

장사도의 식당, 카페, 공연장 등은 모두 14가구가 살던 집터에 만들었다. 나무 하나라도 베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나무를 없애야 하는 경우에는 뿌리까지 파서 옮겨 심었다.

장사도 12만평 중 개발돼 관광객에게 공개된 곳은 3만 평뿐, 나머지는 섬이 형성된 그때부터 자연이 스스로 가꿔온 식물원이다. 섬 끝까지 이어지는 오솔길을 만들어 나머지 9만평의 원시림을 가로지르고 바다와 맞닿은 기가 막히는 절경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반드시 타고온 유람선을 타고 나가야 하는 2시간 관광 시스템으로는 개발의 의미가 없습니다. 무척 아쉽고 미안한 일이죠.”

유람선협회나 통영시와 조율하고 있지만 복잡한 이해당사자들이 있어 쉽지는 않은 문제다.

나무가 먼저, 건물은 나중-장사도는 이렇게 개발됐다.

2시간 관광의 발목이 풀린다면 김봉열 사장은 장사도를 나오시마 같은 예술섬으로 만들고 싶다. 현재도 옻칠미술관에 80평 공간을 내주어, 통영의 옻칠미술을 장사도에서 감상할 수 있지만, 이에 더해 다른 미술관 공간을 만들어, “장사도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예술품”들을 전시하고 싶은 것이다.

김봉열 사장은 ‘신이 만든 천혜의 비경과 인간이 만든 아름다운 예술’이 있는 장사도를 꿈꾼다.

 

장사도의 건물은 모두 주민이 살던 집터 위에 지었다.
야외공연장의 미술작품 
장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