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으로 10명 컷트, 젊은 공예가 다수 포함

초급반 10명, 중급반 5명 고급반 2명으로 2019통영나전칠기교실이 지난 4월 9일 개강했다. 정원 10명을 꽉 채운 출발이다.

이 교육생들은 4월부터 10월까지 경상남도 최고장인 박재성 선생과 대한민국 칠기명장인 송원섭 선생을 강사로 하여, 옻칠과 나전을 배우게 된다. 수업과정이 반복하며 깊어지게 되어 있어, 초급반부터 고급반까지 같이 배운다.

통영시 관계자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6명, 그 전해에는 7명이 입학했는데, 올해는 선착순으로 10명 마감을 한 뒤에도 교육희망자가 더 있었다.”면서, 올해부터 ‘통영시민’으로 수강 자격을 한정지었는데도 교육 희망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더구나 올해 초급에 입문하는 9기 교육생들은 공예 관련 경력자도 있고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봉평동에서 가죽공예 공방을 하고 있는 공무진 씨는 “가죽과 나무가 잘 어울리는 소재여서, 우리 전통 옻칠과 나전을 가죽공예와 접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이 교육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외에 금속공예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 소형 목선을 만드는 사람, 전직 디자이너 등 취미생이 아닌 장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대거 참여했다. 남성 교육생도 둘이나 되고 연령층도 낮아져 40대 이하가 80%다.

수업에 대한 열의도 뜨겁다. 자신이 하는 공예에 나전을 접목해 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수업에 임하는 교육생들은 그만큼 빨리 알아듣고 잘 받아들인다.

당장의 걱정은 작업장이다. 작년까지 초, 중급 10명 내외가 작업했던 교실에서 17명이 작업을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전에 교육장으로 쓰던 비교적 넓은 공간의 미수동 전통공예관은 안전진단 검사에서 D등급을 받는 바람에 사용이 중지된 상태다.

통영시 관계자는 “일단 이렇게 시작해 보는데, 교육생들이 성실하게 임하면 교육장소를 물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시는 통영나전칠기교실을 수료한 이가 99명이라고 집계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 초급, 중급, 고급의 3년 과정이지만, 해마다 수료생을 내는 시스템이어서 고급과정을 수료하면 동일인물이 3번 집계되기 때문이다.

해마다 6~7명의 초급반 교육생이 입학하지만, 지금까지는 고급과정까지 3년 동안 꾸준히 실력을 연마해 졸업하는 사람이 두세 명에 불과했다. 고급반까지 졸업해 수료생 모임에까지 참여하는 사람이 13명인 걸 생각하면 사실상 많은 사람이 취미로 입문만 하고 그만두는 게 현실이었다.

그러나 그 적은 결실이 쌓이고, 수료생 가운데 공방을 차리며 본격적인 나전칠기의 현대화에 나서는 전문인이 생기고, 공예대전 같은 권위 있는 대회에서 수상하는 수료생도 다수 나오면서 대외인지도가 높아졌다.

지난 8년간은 나전칠기 부활의 마중물이었는지 모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은 시간 속에서 보석같이 건져진 나전칠기교실 고급반 수료생 13명은 졸업한 뒤에도 ‘옻나래’라는 단체를 만들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옻칠과 나전칠기를 내일로 전하는 사람들’ 이라는 뜻의 이름에서 나전칠기에 대한 그들의 사랑이 느껴진다.

이들이 마중물이 되어 9기생을 맞는 올해에 이르러는 통영시의 당초 목적인 ‘전문 기술인의 양성’으로 나아가는 형국이다.

마중물 덕에 퍽퍽거리던 펌프에서 지하수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이제야말로 통영시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이 전문 인력으로 성장하고 통영시에 공예부흥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공방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12공방으로 찬란했던 조선의 통영과 공방거리로 유명했던 근대의 통영의 역사를 잇는 공방이 많아지면 통영 관광에도 새 활력소가 될 것이고, 덩달아 작은 상점들도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통영시 나전칠기교실은 2011년부터 시작했으며, 수료생들은 경남관광기념품 공모전과 공예품대전 등에서 대상, 은상을 수상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통영시는 공예인구의 저변 확대와 부족한 나전칠기 인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비와 옻, 나전, 사포 등의 기본적인 재료를 무료로 지원해 준다.

 

 

"통영나전칠기 교실에 오려고 서울서 이사왔어요"

 

올해 초급반에 입문한 배윤수 씨는 통영나전칠기교실에서 공부하기 위해 서울에서 이사를 왔다. 나전칠기교실의 수강 조건인 ‘통영 시민’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다.

이태리와 뉴욕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이력을 갖고 있는 그는 나전의 빛이 너무 아름다워, 전부터 꼭 나전칠기를 배우리라 다짐을 했었다 한다.

서울에 자리를 잡은 다음에는 나전칠기를 배우려 이곳저곳 수소문해 잠시 나전을 배우기도 했다고.

“기왕 배우려면 본고장에 가서 배우자.”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는 과감하게 통영으로 이사하겠다고 결심했다.

하루만에 집을 계약하고 통영시청의 도움을 받아 나전칠기 교실에 등록, 부푼 마음을 안고 개강식에 참석했다. 나전칠기교실은 개강날부터 저녁 6시까지 수업을 한다.

“단 한 번 수업을 들어보고, 내가 통영에 정말 잘 왔구나 느꼈어요. 서울에서 갔던 곳과 달리, 제대로 된 전통을 가르친다는 느낌? 기초부터 제대로 배워보자 하고 짐을 쌌던 게 헛되지 않았죠.”

송원섭 선생님의 첫 강의에 먼 이삿길이 보람으로 느껴졌다고.

“외국에서 살 때 가끔 나전으로 된 용품을 선물하면, 외국 사람들이 정말 감탄하며 고마워해요. 그때부터 세상에 둘도 없이 아름다운 나전을 꼭 배워보고 싶다고 결심했죠.”

나전을 배우고 싶어서 윤수 씨는 통영시청에 가서 상담을 했단다.

“시청에서 얼마나 자세하게 정보를 주시고 친절하게 해주시는지 감동을 받았어요. 통영은 정말 멋진 곳인 것 같아요.”

윤수 씨는 나전칠기교실 3년 과정을 성실하게 배우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막 전입해온 이 새 통영시민은 문화예술의 도시 통영과 조우한 설렘으로 나날이 봄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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