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청소년 문화를 다시 쓰다
통영 청소년 문화를 다시 쓰다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9.0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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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보이스’ 지도교사 김민주
김민주 선생

“배에 힘주고! 미간 사이로 소리를 발사하세요! 힘차게! 아~”

“아~~~”

아이들에게 기초 발성을 가르치고 있는 이 사람은 통영청소년뮤지컬 ‘드림보이스’의 지도자 김민주 선생이다.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나와, 롯데마트문화센터 뮤지컬강사, 통영교육지원청 진로교육지원센터 진로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재원이다.

작년에 결성된 ‘드림보이스’는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생긴 뮤지컬 동아리다. 물론 김민주 선생이 그 중심에 있다.

“이 아이들과는 3년 전에 처음 만났어요. 자유학기제 강사로 충무중학교에 가게 된 것이 인연이 됐지요.”

자유학기제 활동은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재능과 꿈을 탐구해보는 기회의 장이다.

얼마 뒤 김민주 선생은 산양중학교에도 방과후교사로 출강하게 됐다. 꿈 많은 사춘기 아이들이 김민주 선생을 통해 뮤지컬이라는 멋진 장르를 만난 것이다.

‘영웅’, ‘레미제라블’ 같은 대작의 노래와 연기를 연습하며, 아이들은 점점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노래, 연기, 대사를 모두 소화해야 하는 뮤지컬은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어려운 장르지만, 어려운 만큼 성취감도 크다.

드림보이스는 뮤지컬 '영웅'을 플래시몹으로 펼쳐 보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졸업하면 어떻게 해요? 더 하면 안 돼요?”

자유학기제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아쉬워했고, 입시에 매진해야 하는 고교 진학을 앞두고는 더 이상 수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시무룩했다.

김민주 선생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토요일에 만나서 연습할래?”

드림보이스는 이렇게 시작됐다. 뮤지컬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아쉬움이 만나 아무 이해관계 없는 즐거운 동아리가 된 것이다.

제대로 된 가르침을 위해 공부하는 책들

더 이상 충무중학교 수업이 아닌데도, 충무중학교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에 학교는 최대한 연습실 편의를 봐줬다. 방역이나 다른 행사로 충무중에서 모일 수 없을 때는 경상대 잔디밭에서 연습하기도 하고 무용학원 연습실을 대여하기도 했다.

후원자도, 기댈 기관도 없는 가난한 동아리. 하지만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김 선생을 따라왔고, 봉숫골 축제 같은 작은 공연마당을 통해 조금씩 커나갔다.

드림보이스는 작년 벅수골에서 주관한 경남융복합축제 때 처음 ‘영웅’을 무대에 올려 박수를 받았다. 원작은 2시간 30분이나 되는 대작이지만, 김민주 선생은 1시간 분량으로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그후 지난 삼일절에 강구안에서 ‘다시 뛰는 100년’을 공연했고, 이달에는 통영국제음악제의 프린지에서 ‘레미제라블’과 ‘영웅’의 하이라이트를 공연했다. 그 외에도 드림보이는 당장 공연할 수 있는 작품이 더 있다.

강구안에서 공연한 '다시 뛰는 100년'

주말에 모여 연습을 하면 고될 텐데도, 즐거워서 하는 일이기에 아이들의 삶은 더 윤택해졌다. 무대에 서서 실력을 펼쳐보이는 성공경험 덕일까? 드림보이스 아이들은 뮤지컬을 하면서 도리어 성적도 오르고 생활도 밝아졌다.

“부모님이 뮤지컬 하지 말라고 할까봐 더 공부를 열심히 해요. 아이들 잘 키운 느낌? 그런 보람이 자꾸 이 일을 하게 하죠.”

서울에 살 때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김민주 선생은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더 큰 세계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해준다. 이런 교감들이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줘서, 더 욕심이 생겨요. 작년에는 충무중 아이들로 극을 만들어 경향뮤지컬 콩쿠르에 나갔는데, 본선에 올라가 장려상을 받았어요.”

프린지에서 공연한 뮤지컬 '영웅'

권위 있는 대회에 처음 나가 수상까지 한 아이들은 한껏 고무돼 더 연습에 열을 올렸다. 진로를 뮤지컬로 정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청소년 뮤지컬 콩쿠르를 준비하게도 한다.

통영에 온 지 12년, 통영 바다가 무척 아름답기는 했으나… 당시 새댁이었던 김민주 선생은 낯선 문화와 익숙하지 않은 육아와 외로운 삶에 지쳐 있었다. 그렇게 아홉 해를 지내고 학생들을 만나기 시작한 것이다.

“저에게도 아이들은 힘이 됐죠. 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게 삶의 동력이 됐습니다.”

6학년인 딸아이는 뮤지컬을 가르치는 엄마가 자랑스럽단다. 3학년인 아들은 엄마와 함께 형들 연습하는 걸 보며 제법 그럴 듯하게 따라하기도 한다.

김민주 선생은 통영을 ‘예술가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그곳에서 김민주 선생도 통영의 예술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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